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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상생소통 배워야 할 LG생건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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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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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상생소통 배워야 할 LG생건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시대가 변한 걸 어쩌겠는가"

증권부와 금융부 기자로 출입할 당시 두 번이나 동일한 얘기를 들었다. 모두 구조조정하는 본사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증권사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이 발달하면서 창구에 찾아와 거래하는 고객들이 줄어들자 일선 점포에서 근무하는 영업직 직원들을 감축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래도 은행은 노인분들이 창구에 찾아와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아 오프라인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오프라인 창구는 WM(자산관리)만을 위해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온라인·모바일 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한 은행 직원은 “오프라인 창구는 일반 은행이 아니라 ‘○○은행 서비스센터’로 전국에 약간만 운영하면 참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생활경제부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는다. 10월과 11월 두 달간, 여의도 LG본사와 광화문 LG생활건강 앞에서 있었던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의 시위에서였다.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콜렉션은 LG생활건강의 자회사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온라인몰에서 과도한 할인 판매를 하는 데 대한 폐해를 호소하러 거리에 나선 이들이었다. 단적으로 3만5000원짜리 시카크림이 본사 직영 온라인몰에 5000원에 판매됐던 해프닝은 몇몇 기사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로드숍이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에 가장 분노를 표했다. 세일기간이 아닌 때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발라보고 난 뒤 “집에 가서 주문해야지”라며 유유히 사라지는 일이 잦다는 얘기다. 한 가맹점주는 “정가가 만원인 제품의 공급가가 5500원인데 이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푸는 일이 잦다”며 “쿠팡 등에서 판매하는 세일가가 오히려 공급가보다 싸면 거기서 물건을 사다가 파는 점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온라인 덤핑 판매가 가맹점주와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단체행동에 나선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 측과 인터넷 판매 시기, 가격 등을 한 번도 협의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더페이스샵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기업이 가맹점주와 협의 없이 온라인 저가 판매를 하는 걸 막을 법이 현재로써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같은 고충을 겪는 로드샵들은 ‘소비자가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오프라인 판매처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대안을 생각해냈다. 에뛰드 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아모레퍼시픽 계열 원브랜드 로드샵들은 지난 10월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이러한 내용으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LG생건 계열 로드샵 가맹점주들은 “우리도 그런 식의 대안이라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들이 스스로를 ‘지는 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화장품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안방에서 클릭만하는 이커머스 구매 방식이 압도적이게 된 것도 그렇지만, 오프라인 구매방식도 트랜드 전환이 빠르다. ‘블리블리’, ‘롬앤’ 등 소규모 기업들이 디자인한 화장품을 편집샵이 들여다놓고, 그런 신식 화장품들을 써보고 구매해야 할 고객들은 멀티브랜드샵을 찾는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 중 일부는 자신들을 ‘우리는 버린 카드’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올해 중국 (더페이스샵) 매장 철수한다는 건 우리도 진작에 알았다”며 “(로드숍 유행) 끝이 왔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로드샵 혹은 원브랜드샵의 시대가 저물자 본사 측은 빠르게 네이처컬렉션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인 듯하다.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본사가 더페이스샵 점주들에게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지 않을 시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지 않겠다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정작 전환 유도는 하면서도 네이처컬렉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아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마 거리로 나온 가맹점주들을 보고 ‘장사 잘 안되는 일부 점주들의 반동’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명동 등 일부 시내의 로드샵들은 지금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북적하니까. 하지만 이런 대형 평수를 운영하는 주요 가맹점주들은 시위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본사로부터 일부 영업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본사 눈 밖에 나는 것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그러고 보니 두 차례 시위 모두 점주들은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자리를 지켰다.

시위를 두 차례나 떠들썩하게 했는데 본사 직원은 연락도 없다고 한다. 이에 점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소통이 됐다. 소통만 잘 됐어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일하지 않는 반대 노조를 고발하는 등의 수고는 없었을 것이다.

소비 방식이 기술을 뒤쫓아가며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된 노동력과 투입된 비용들.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가맹 영업 시 설득하던 그 에너지로 최소한의 살길을 보장해주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마침 차석용닫기차석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의 연임 소식도 들린다. 전통적인 무노조 기업인 LG의 이름을 먹칠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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