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올해 들어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1월 말~2월 중 국고10년 금리가 2.8%로 올랐다. 하지만 이 지점을 자신있게 뚫어내지 못했다. 이후 금리는 5월에 다시 2.8%로 올라왔지만, 또 다시 막힌 채 하락세를 지속했다.
작년 말 한은의 1~2회 금리인상 전망이 많았던 가운데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강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시장금리는 대체로 하락했으며, 지금은 기준금리와 거리를 크게 좁힌 상태다.
국고3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지난 19일 1.783%까지 내려가면서 정책금리의 거리를 불과 3bp 정도까지 좁히기도 했으며, 국고채 바이백 효과 등으로 더 짧은 채권금리들은 기준금리(1.75%)를 밑돌았다.
당장 금리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보니 그나마 스프레드 여유가 있던 긴 채권 금리들이 내려와 12월 6일엔 '모든' 국고채 금리가 1%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어렵게 11월에 금리를 올렸으나 시장 금리는 이후 빠르게 하락해 버렸다. 금리인상이 무색한 수준이었다.
■ 2019년 강세전망 타겟 금리보다 낮아져 버린 시장금리
내년 금리전망에 관한 분석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채권 강세와 수익률 곡선 평탄화로 모아졌다. 대내외 경기 둔화에 기반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고 보면서 채권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말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다 보니 '2019년 채권 강세 속의 예상금리'를 이미 하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내년 채권 금리 타겟을 '다시' 얼마로 잡아야 하느냐는 놓고 고민도 커졌다.
아울러 모든 금리가 콜 금리 수준을 향해 내려가다 보니, 내년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약세장'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엔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한 번이냐, 두 번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지만, 지금은 '2019년 채권 롱 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하 기대감 확보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강하다.
■ 더 달리려면..금리인하 기대감과 수급 요인에 기대
모든 국채 금리가 1%대로 진입한 상황에서 말 그대로 내년에 더 강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다.
연준이 올해 4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연준의 정책기조가 적지 않게 바뀐 부분은 국내 채권 강세론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계속해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FOMC의 변화, 뒤이은 한은의 스탠스 전환 등이 나타난다면 추가로 채권 강세 룸을 만들 여지가 있다는 진단이다.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채권 불 플랫을 전망했는데, 지금은 전망이 틀릴 요인들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내년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2회로 줄였다. 추후 그 전망이 한 차례 정도로 줄어들 경우 국내시장도 추가 강세 여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엔 연준이 FOMC마다 기자회견를 한다. 1월말 첫 회의에서 3월 금리인상 뉘앙스를 풍기면 경계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하고, 6월에 올린다는 뉘앙스를 나타내면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로 인식될 수 있다. 우리의 1분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 국내에서도 3~4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중 무역분쟁 타결, 국내의 추경 편성 등과 같은 추가적인 경기부양 얘기가 나오면 채권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금리가 이미 크게 낮아졌지만, 경기 요인 외에 수급 요인까지 합세해 현재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하다는 레벨 이하로 금리가 트라이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의 11월 인상할 때를 보면 금리는 올렸으나 인상 코멘트라고 하기엔 미진했다. 유가가 크게 낮아진 가운데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2분기까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10년 이상 구간 금리가 역전돼 있지만, 국내도 장단기 금리 연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장기 쪽은 수급 압박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비교적 빠른 시점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국고10년은 1.5%까지 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하게 경기부양을 한다는 입장이며, 금리 인하까지는 안가더라도 상당히 완화적인 정책 스탠스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채권은 구조적으로 수급이 꼬여 있어서 장기채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내년에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 에셋스왑, FX스왑 수요가 늘어나 있는데, 그 반대 쪽인 은행 공급여력은 한정적이다. 해외 쪽이나 구조화 관련 부분도 꼬여있다"면서 수급 요인에 의한 장기물 추가 강세 여력을 거론했다.
그는 채권시장이 기세를 몰아 상반기에 더 달리고 하반기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지난 2016년 유가가 급락한 뒤 기업들의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르게 개선됐던 것처럼 내년에도 상반기 경기 비관론과 금리 하락세로 최대한 달려보다나 하반기엔 반대의 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 이미 달려버린 시장..딜러들, 2019년 채권시장 난이도 상당히 높아
연말 금리가 많이 내려오면서 내년 시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인식들도 상당히 강하다.
금리 레벨을 최대한 당겨놓은 만큼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다만 강세 관성이나 주변 여건이 채권에 나쁘지 않다는 인식 역시 작용한다.
증권사의 A 딜러는 "오늘 외인 매도로 장이 좀 밀리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시장금리가 콜 금리 근처를 계속 트라이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은 캐리 메리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기와 수급 등을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금리가 크게 오를 여지는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적지 않다.
기관의 B 매니저는 "국고3년이 막히던 1.9%를 뚫어내고 1.8%대로 와 있다. 한은이 금리 역전 해소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장이 숏으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좋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내년 금리 상승은 제한될 것이란 정도로 상황을 예상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갈등하고 있는 사이 특정 주체가 방향을 만드는 일, 즉 수급 요인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꿔버릴 것이란 인식도 있다.
증권사의 C 딜러는 "부담스러워 하던 금리 레벨은 결국 다 뚫고 내려왔다. 내년 큰 손들과 외국인, 그리고 구조적으로 채권을 담아야 하는 세력 등의 움직임 등에 의해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가 기준금리를 향해 달려간 상황에서 내년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D 딜러는 "우선 올해 남은 시기는 오늘처럼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장이 될 것이고 내년에 접어 들어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외인이 키를 쥐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추세적인 강세 흐름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레벨 부담은 계속 될 것이며, 금리 방향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딜러 입장에선 정말 힘든 한 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 딜러는 "내년 채권시장의 난이도는 올해보다 더욱 올라간다. 올해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채권시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밀리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안 밀리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 금리에서 내년을 시작하는 것은 역대급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강하면 다시 '어어'하다가 더 붙을 수도 있겠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년엔 돈벌기가 엄청나게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리나 스프레드는 모르겠고) 돈 벌기 어렵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