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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말 소회와 금통위원들의 걱정

장태민

기사입력 : 2018-12-19 11:39 최종수정 : 2018-12-1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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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성장율 전망 2.7%가 어느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현재로서는 대체로 리스크가 균형이라고 할까요. 정부 정책의지도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지금 10월 전망에서 아직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저녁 기자단과 가진 송년 모임에서 "내년도에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에 비해서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가지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일단 내년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나아질지, 악화될지를 묻는 질문에 '균형, 기존전망 유지, 큰 악화는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는 경제전반을 걱정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 가장 큰 대외리스크 2가지..연준 정책과 미중 무역분쟁

이 총재는 가장 관심을 갖고 봐야 할 대외 리스크로 연준 스탠스와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당장 12월 FOMC 결과가 국내시간으로 20일 새벽에 나오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 남아 있는 금융시장 최대 이벤트로 볼 수 있다.

한은 역시 미국 통화정책 흐름을 상당히 중요하게 본다.

이 총재는 "이번 FOMC는 회의 결과보다는 그 이후의 속도조절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고 그 범위도 넓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통화정책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서 하는 게 맞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의 정책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

한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미중 무역부쟁이다. 12월초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추가 관세부과를 유예하면서 협상을 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무역분쟁 초기엔 양국 간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국한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많았고 어느 정도의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에선 미국의 대중국 경상수지 적자 문제는 한 부분이다. 대신 두 나라는 정치·경제 패권, 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한국 입장에선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가 계속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예단할 수 없지만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됐으면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 국내 통화정책 결정은..'경제와 금융안정 전개 상황 보면서'

내년 한국은행이 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인 가운데 한은이 금융불균형 시정에 더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경기 우려에 무게를 둘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양쪽 모두를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으로 비켜갔다.

이 총재는 우선 경제 여건과 관련해 2.7% 성장 전망이 유효하다는 점, 물가 상승률이 목표로 하는 2%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그래도 1%대 중후반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본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쪽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이 좀 낮아지긴 했지만 워낙 높은 수준에서 증가율 하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아직도 소득증가를 웃도는 증가세는 우리가 대외 쇼크 시 충격흡수력,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 또한 경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거시경제냐, 아니면 금융안정이냐 하는 쪽의 어느 한 측면에서 미리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양쪽의 소위 리스크라고 할까요?"라고 답했다.

결국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재는 한은의 맨데이트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임을 어필했다. 올해 역시 어려웠지만 내년에도 정책 결정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총재는 "올해 들어서는 거시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졌고 거기다 금융안정 리스크도 같이 높아졌다"면서 "이 두가지 맨데이트가 서로 상충되는 방향으로 움직임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 문제 많은 한국 경제 걱정이 주를 이룬 송년 대화

이 총재는 지난 10월에 실시했던 전망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했지만, 걱정은 많아 보였다. 향후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염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 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한국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한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변화는 아직 디더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선도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해선 다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깊어만 가고 있다고 봤다. 예컨대 저출산-고령화, 부문간 불균형 같은 문제가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후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총재는 반도체가 우리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 만큼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만약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업종에서 치고나가지 못하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고 했다.

■ 11월 의사록, 금리인상에도 우려의 목소리 적지 않아

이런 가운데 전날은 올해 마지막 금리결정회의의 의사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관심은 금리인상에 반대한 조동철·신인석 위원 외의 다른 위원들이 금리 추가인상에 자신을 가지는지 여부였다.

우선 최근 '물가목표제 원칙론'을 강조했던 신인석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내수 둔화 조짐도 나타나면서 성장경로 하방위험이 다소 커졌다. 물가도 상승률의 확대속도가 완만한 가운데 내년 경로의 하방위험이 미세하게 커졌다"면서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실물경제와 물가 흐름에 의하는 한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계부채 대응을 건전성 정책이 아닌 통화정책으로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조동철 위원 추정 인물은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는 현 시점에서 금융불균형 완화보다 거시경제 하방위험 완충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금리인상에 반대했다.

금통위의 두 비둘기파 위원은 물가, 경기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는 다른 수단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의사록에 나온 나머지 4명의 위원들은 가계부채, 부동산, 한미 금리차, 정책여력 등을 거론하면서 금리인상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찾기는 어려웠다.

인상에 찬성한 일부 위원은 "GDP갭이 소폭이나마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는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위원은 "고용의 일부 개선은 정부의 일자리지원정책 등에 기인한 보건복지업 등에 힘입은 바 크고 제조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에서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리인상에 찬성한 사람들 역시 향후 경기 상황을 낙관하지 못했다. 금리 인상 논거로 미래 정책여력 마련, 금융불균형 완화 등이 거론됐으나 의사록 내용은 크게 호키시한 느낌은 못 줬다.

■ 한은 정책가들을 보는 시선..일단 무게중심은 추가인상 어렵다는 쪽으로

금융권에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은의 11월 금리인상을 '뒷북'으로 보기도 한다.

한은이 인상 시그널을 여러차례 줬지만, 이것저것 따지다가 경기 모멘텀이 더 약화되는 시점에 뒤늦게 올렸다고 보는 시각인 셈이다.

지금은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있다. 의사록, 한은 총재 발언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추가 인상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바클레이즈는 의사록에 대해 "금리인상을 주장한 사람들의 의견은 호키시하지 않았고, 금리 동결을 주장한 두 사람은 확실하게 도비시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상은 금융불균형에 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지 않으면 어렵다.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감안할 때 한은은 2019년에 금리를 계속 동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완화적인 상황으로 더 길게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점점 한은이라는 둥지에 비둘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의사록을 보면 비둘기가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임을 알 수 있다"면서 "인상을 주장한 4명 중 3명은 성장과 물가 전망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한 명은 성장률 전망에 대해 상당히 나쁘게(quite berish) 보면서 숨겨진 비둘기임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1월 금리인상은 3:3 정도의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숨겨진 비둘기의 존재는 2019년 금리 동결을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내년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일부에선 경기가 생각보다 더 나빠져 내년 하반기 쯤이면 금리인하 기대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이런 기대감은 앞서나가는 측면이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 의사록은 예상보다 도비시했고, 한은 총재가 성장률 전망이 중립이라고 했지만 걱정이 많은 듯했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적어도 국내의 내년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쪽으로 너무 내려와 버려서, 채권시장 추가 강세를 위해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자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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