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국금센터, 과거 경기침체와 장단기 금리차 추이
최근엔 미국채 5년 금리가 2년 금리를 밑돌면서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던 경험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했다.
사실 최근까지 일드 커브가 지속적으로 플래트닝될 때 연준을 포함해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경기 침체의 예고편 아니냐를 두고 줄곧 논쟁해 왔다.
■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진 이유..가장 큰 것은 연준의 큰 변화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이는 장기 금리의 빠른 하락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엔 파월 의장의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수준 바로 밑'이라는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발언은 불과 10월 초에 했던 발언, 즉 '중립 수준까지 멀다'는 발언과 정반대의 뉘앙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그간 3.25%선에서 저가매수 등으로 추가 상승룸을 찾지 못하다가 달라진 연준의 태도에 놀라 2.9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단기금리가 12월 금리인상, 내년 2차례 가량의 인상 등을 감안해 내려오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장기 금리의 빠른 하락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심화시킨 것이다.
전체적으로 커브 플래트닝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국채5년물이 국채2년물을 밑도는 등 특정 구간의 금리는 역전됐다.
지난 4일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2.44bp 빠진 2.7946%, 국채5년물은 3.55bp 내린 2.7854%를 나타내 역전됐다.
장중 3년-2년 스프레드는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2020년말부터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 금리 인상 후반기의 커브 플래트닝..자연스러운 현상
금리인상 막바지 구간에선 장단기 금리가 붙어버리거나 역전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울러 그간 꾸준히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자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경기가 하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높아진 금리 때문에 사람들의 대출이 줄어들면 소비 등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큰 돈을 빌려야 하는 주택 구매에 대한 욕구도 줄어드는 그림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내려오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구도는 좀 달리 볼 필요도 있다. 장기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수요가 활성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금리 역전 시..경기 침체 확률은 매우 높았다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1년 후 경기 침체 환율은 올해 초 10% 남짓한 수준에서 현재 20% 정도로 높아졌다.
금융시장에서 많이 주목하는 사실은 과거 경험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경우 경기가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5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9번의 사례 중 8번의 사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금리 인상기에 장단기 금리차는 모두 축소됐고 그 가운데 1999년~2000년, 2004년~2006년에는 인상 막바지 단계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돼 2001년, 2008년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특히 "장단기 금리 역전 후 경기침체가 나타나기까지의 시차는 1분기에서 8분기 정도로 가장 최근인 2006년이 8분기, 9번의 평균은 5분기였다"고 설명했다.
과거 상황을 볼 때 10년-5년 커브 역전이 먼저 나타나고 10-3년 금리차 역전 후 10년-3개월이 역전되고 이후 1년 후에 경기침체가 후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아무튼 최근 5년-3년 등의 금리 역전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경기 침체를 예비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의구심은 적지 않다.
UBS는 "지난 2005년 8월 미국채5년물 금리가 미국채3년물을 밑돌았다"면서 "이후 2007년 12월에 가서야 경기침체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구간들의 금리 역전 뒤 본격적인 장단기 스프레드 마이너스 진입, 그리고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2년, 5년-3년, 5년-2년 등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10년-2년 등 장단기 스프레드 역전을 예비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키웠다.
■ 미중 무역분쟁에 덧붙여진 금리역전 이슈..주식 추락과 이자율 시장 강세
4일 미국 나스닥이 3.8% 급락하는 등 주요 주가지수가 크게 빠지자 금리 역전을 거론하는 시각이 상당했다.
미국이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라이트 하이저를 협상단 대표로 선임한 것이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가운데 금리 요인 역시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뉴욕 주가의 낙폭이 컸던 이유는 주가지수 추세 방향에 힘을 싣는 기계적 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중 갈등, 그리고 금리 문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켜 경기 민감업종이 많이 포진한 나스닥을 후려쳤다.
미국의 이 같은 모습에 국내 주식시장도 동요했다. 올해 미국보다 훨씬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기록한 뒤 대내 악재까지 쌓여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경계감은 상당하다.
미국 일드 커브가 눕는 모습에 국내 채권시장도 장기 위주의 강세로 달려갔다. 이 날도 채권시장은 강세 분위기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 CFO 체포소식이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채권시장엔 주식 급락이라는 호재까지 겹쳐 최근 국고30년물 금리는 1%대로 내려선 뒤 어느새 1.9%에 다가서고 있다. 국고10년 금리도 레벨을 낮춰 2% 아래로 내려섰다. 모든 금리가 1%대 시대를 맞은 것이다.
전날 이자율스왑(IRS)은 10년 근처 구간보다 장기구간이 죄다 8bp 이상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최근까지 일부 외국계 등에서 한국 커브가 너무 누웠다면서 스티프닝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미국 시장 이 커브 플래트닝으로 달려 버리자 헤지펀드 등에서 포지션을 급하게 꺾으면서 시장에 변동을 줬다. 비드는 조심스럽고 오퍼가 한번에 몰리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은행의 한 스왑딜러는 "전반적으로 연말인 것도 있지만, 비드 주체가 안 보인다"면서 "국채선물 급등에 따른 스티프너의 추가 손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금리역전의 문제와 '이번엔 다르다'는 관점
금융시장엔 언제나 '이번엔 다르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달라 보였던 상황이 지나보니, 결국 비슷한 경우도 많았다.
아무튼 스프레드 축소와 일부 구간의 금리역전, 향후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와 여건이 다른 부분이 있어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우선 지금은 낮은 금리수준 등으로 과거와 비교하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70~80년대의 경우 정책금리를 20%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미국이 정책금리를 많이 올린다고 해도 3.5% 이상으로 올리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을 워낙 많이 풀어 놓은 탓에 금리가 과거처럼 박진감 있게 오르긴 어려운 시절이어서 장기금리 하락에 너무 큰 의미를 둬선 안 된다는 견해들도 보이는 것이다.
■ 일드커브와 연준의 속도조절론..레벨 부담에도 강세로 달리는 국내 시장
일반적으로 역전을 언급할 때 주로 활용되는 국채10년물과 2년물 간의 금리 스프레드, 국채10년물과 3개월 간의 금리차는 아직 역전까지 가지 않았다.
다만 일부 구간의 금리역전은 다른 구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물론 시간이나 시장의 과잉반응 정도 등은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일부 구간의 금리역전은 채권시장의 공격적인 포지션 구축 영향"이라며 "12월 FOMC를 앞두고 향후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확인하려는 공격적인 채권 투자자들의 행보를 반영했을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최근 단기간에 걸친 가파른 금리 하락과 역전은 12월 FOMC를 기점으로 다소 완화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간은 장단기 금리 역전에 무게를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다만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은 내년 1분기 경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당연히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년 상반기에 연준이 한 차례 더 올리는 시점엔 금리 역전이 무조건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 역시 금리 인상을 예상보다 빨리 멈춘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일드 커브에 대응할 수도 있다.
장단기금리 역전이 발생하게 되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준 내에서도 이런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스카리 미네아폴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조절되고 있고 경기 과열조짐이 없으며 금리가 이미 중립에 가까워졌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일드커브 역전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구간의 금리 역전이지만, 연준 입장에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투신권의 한 매니저는 "오늘 화웨이 CFO 체포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안전자산선호가 크게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 역전 문제까지 불거져 있어서 연준이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채권시장엔 장이 밀리면 저가매수의 기회, 커브가 스팁되면 플래트닝될 기회란 식의 인식이 강했다"면서 "현재 금리가 너무 많이 빠져 레벨 부담이 상당히 커졌지만, 채권 롱 분위기는 쉽게 제어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