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전날 국고10년 등 장기물 위주의 강세에 주력하면서 커브 플래트닝에 치중했다.
10년 선물이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 막판 한 단계 더 속등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시장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인 데는 미국채 2년-5년 구간의 금리 역전 등 경기 둔화 신호, 우호적인 수급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금리가 중립수준 '바로 밑'에 있다고 발언한 뒤 미국채 시장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내 시장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금리 레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 일각에선 커브가 계속 눕는 등 연말 강세가 지나쳐 내년이 걱정이라는 언급을 내놓기도 한다.
국고3년 금리는 1.90% 수준까지 내려온 뒤 일단 추가 강세에 망설이고 있다. 최근 1.80%대 후반으로 레벨을 내려보기도 했으나 속도에 대한 부담이 있다. 대신 그간 많았던 시장의 예상처럼 장기물 레벨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고10년물 금리는 지난 달 하순 2.2%대에서 지금은 2.0%대 중반까지 레벨을 낮췄으며, 국고30년 금리는 2% 아래인 1.986%까지 내려와 있다.
내년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 속에 대외 쪽에선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데다 연준도 스탠스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밀리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다만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은 IRS 시장의 장기물 금리 레벨이 급속히 내려오는 등 수급에 의한 이자율 강세도 두드러졌다.
최근까지 일부 외국계 등에서 한국 커브가 너무 누웠다면서 스티프닝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미국 시장이 커브 플래트닝으로 달려 버리자 헤지펀드 등에서 포지션을 급하게 꺾으면서 시장에 변동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드는 조심스럽고 오퍼가 한번에 몰리다 보니 장기 IRS 금리 레벨은 급락했다.
코스콤 CHECK(3982)를 보면 전날 IRS 8년 이상 구간 금리는 8bp 이상 급락했다. 10년 이상 장기 금리 레벨이 1.9%대 초중반 걸쳐 있고 5년 금리는 1.88% 수준으로 2년 구간을 밑돌고 있다. 미국 상황 등을 추종해 전반적으로 일드 커브가 눕고 있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국고50년물 발행 정례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시장 일부를 잠시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정부 추가적인 의견을 듣고 결정할 예정이다. 그간 보험권을 위한 정례 발행 등은 계속 언급돼 오던 사안이었다.
이런 가운데 현실적으로 매달 50년을 발행하기는 어렵고 격월이나 분기에 한 번씩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들도 나온다. 일단 50년물 입찰 진행 상황을 봐야 한다. 다만 정부는 프라이머리 딜러는 보험권과 같은 엔드 유저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해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부시 전 대통령의 추모를 위해 휴장한 가운데 유럽 쪽에선 주요 주가지수가 빠졌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1.16% 하락한 354.27,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1.25% 떨어진 1396.99를 기록했다.
유럽 금융시장도 여전한 미중간의 기세 싸움, 미국채 시장의 일부 구간 금리 역전 등을 의식하고 있다.
그간 일드 커브 플래트닝이 빠르게 진행될 때 연준 일각에선 이를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도 현재 이를 유심히 보고 있는 상황이며, 경험적으로 금리 역전은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도는 현상은 정책금리 인상기 막바지에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 이후 금리인상의 효과 등으로 경기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패턴이었다.
아울러 금리 역전은 양호한 경기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당장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는 상황이며, 내년에도 2차례 정도는 금리를 올릴 수 있지 않나 하는 관점 역시 강한 편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