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레벨 부담과 국내외 이벤트 대기 심리 등으로 방향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외국인 선물 매수, 국채발행 물량 축소와 같은 수급 호재 등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 움직임이 제어되고 있지 않아 채권은 금리 레벨 부담 외에 약세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0달러 선으로 뚝 떨어졌다. WTI는 8% 가까이 폭락해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내려갔다. 이는 1년여 만에 최저치다.
도널드 트럼프닫기

NYMEX의 WTI는 전장보다 4.21달러(7.71%) 급락한 배럴당 50.42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WTI는 지난 7주간 30% 넘게 낮아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80달러(6.07%) 내린 배럴당 58.8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유가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빠졌다. 유가는 또 7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 지금까지 기록한 20% 이상의 하락률은 2014년 말 이후 최대다. 유가 급락엔 공급 요인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유가를 떨어뜨리도록 사우디를 압박한 바 있다. 반체제 언론인 암살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감싸준 대가로 사우디 왕자가 미국의 유가 인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들도 보인다.
OPEC이 다음달 6일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사우디는 동맹국들의 감산 요구와 미국의 요구 사이에서 쉽지 않은 입장을 정해야 한다.
유가 급락으로 미국채 금리도 좀 더 내려갔다. 이제 금리 레벨은 3%에 근접해가고 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37bp 하락한 3.0390%, 국채30년물 금리는 1.15bp 떨어진 3.3048%를 기록했다. 12월 금리인상을 대비하고 있는 국채2년물은 0.8bp 오른 2.8156%, 국채5년물은 2.05bp 내린 2.8730%에 자리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유가 급락과 미중 무역갈등 문제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178.74p(0.73%) 떨어진 2만4285.95, S&P500지수는 17.37p(0.66%) 하락한 2632.56, 나스닥은 33.27p(0.48%) 낮아진 6938.98을 기록했다.
유가급락과 함께 미국이 안보동맹국들에게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설득했다는 보도 역시 무역 분쟁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주가 하락세를 견인했다.
달러화는 유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유로존의 경제지표 부진 속에 다소 강해졌다. 달러인덱스는 0.26% 오른 96.961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이 집계한 이달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전월 최종치보다 0.7포인트 하락한 52.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12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전망치 53.0을 하회한 것이다.
국내시장에선 우호적인 국내외 재료를 안고 채권금리가 레벨 부담을 얼마나 벗어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12월에는 국채발행이 평달보다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긴 했지만, 채권들의 물량이 부족해 당분간 매수의지가 우위에 설 것이란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금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외국인들 역시 거대한 누적 선물 매수 포지션을 줄일지 의문이라는 진단들도 보인다.
이번주 열리는 올해의 마지막 금리결정회의에선 정채금리가 1.75%로 인상될 것이란 기대가 강하다. 인상과 동결 의견이 대립했던 지난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된 뒤 이번엔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인 셈이다.
국고3년 금리는 1.914%까지 내려와 1.9%를 압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등을 감안할 때 1.9% 아래 쪽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국고3년 금리는 1.894%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1.9%를 살짝 하회해 본 뒤 곧바로 1.9% 위로 올라왔다. 국고10년 금리는 현재 당시 수준(2.171%)보다 낮은 2.169%까지 내려와 있다.
향후 커브 플래트닝에 대한 믿음은 강한 편이다. 한국경제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 속에 최근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트럼프 파워'가 느껴지는 최근의 유가 급락은 금리 반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