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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삼성생명도 가세…유병자실손보험 판 커진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8-13 00:00

출범 4개월 중장년층 중심 선풍적 인기
“손해율 관리 벅차” vs “새 먹거리”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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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삼성생명도 가세…유병자실손보험 판 커진다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지난 4월 업계의 우려와 기대를 안고 출시된 ‘유병력자를 위한 실손보험’ 시장이 출범 4개월 째를 맞이했다.

당초 손해보험사들만이 판매하던 유병자실손보험 상품 경쟁에 7월 들어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이 가세한 데 이어, 한화생명 등 생보 후발주자들도 관련 상품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상품 경쟁 2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병자실손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으로 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도 가입 가능한 실손보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병력으로 인해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각지대를 줄인 상품으로, 좋은 취지에서만큼은 대중들은 물론 보험업계 역시 큰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손해율이었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일반 실손보험의 평균 손해율만 해도 2015년 122.1%, 2016년 131.3%, 2017년 133.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팔더라도 손해를 입게 된다.

당국은 보험사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장대상 의료비 중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을 기존 실손보험보다 높은 30%로 설정했다.

아울러 가입자가 최소한 입원 1회당 10만 원, 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 원씩 부담하게 해 보험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여기에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고려하여 기존 실손보험상품에 비해 50세 기준 일반 실손보험 대비 남자 1.68배, 여자 1.66배 수준으로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역으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실손보험에 비해 보험료도 비싸고, 매 년 보험료가 갱신되는 상품 구조가 부담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와 소비자 양 측을 배려하려고 한 정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양 측 모두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감이 없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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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층 인기 힘입어 초반 돌풍.. 삼성생명 등 주요 생보사 가세

이러한 우려를 안고 지난 4월 출시된 유병자실손보험은 정책성보험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나름의 인기를 구가했다. 초창기에 유병자실손보험을 출시한 보험사는 모두 손보사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 등 8곳이었다.

당초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실손보험이 정책성보험에 불과해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지난 2014년 유병자실손보험과 비슷한 의도로 판매를 개시했던 정책성보험인 ‘노후실손보험’이 출시 후 4년 동안 일반 실손보험 판매량의 0.1%에 불과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들이 추진했던 보여주기식 정책보험의 흑역사를 답습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이 판매한 유병자실손보험은 출시 첫 달인 4월에만 약 5만 건의 판매고를 올렸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5월에도 3만 건이 넘는 판매량으로 연속 흥행가도를 달린 것에 이어, 6월에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앞서 노후실손보험의 한 달 판매 건수가 1626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흥행돌풍’ 수준이다.

그동안 질병이 있는 중장년층에게 그림의 떡이었던 실손보험 가입은 보험사의 문호 개방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병자실손보험 전체 피보험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40.8%이었으며,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가입자의 78.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수요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출시 전이나 판매 초기만 해도 보험사들은 유병자실손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보험사들은 예상 밖의 흥행에 역으로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은 유병자실손보험 가입 가능 나이를 기존 70세에서 75세로 상향조정했다.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다른 손보사들 역시 인수조건을 완화 및 설계사 조직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유병자실손보험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일부 설계사들은 유병자실손보험의 높은 자기부담금을 이유로 정액담보 상품을 함께 권하는 등의 전략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보사들이 이처럼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판매 확대에 나서는 동안, 지난달 삼성생명은 생보업계 최초로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16일 출시한 ‘삼성생명 간편가입 실손의료비보장보험’은 기존 손보사 상품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75세까지 유병자 고객이면 간편한 심사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보험료는 50세 남자 기준 월 3만4800원 수준이다. 같은 나이와 담보 기준으로 삼성화재는 4만238원, 현대해상은 3만7283원, KB손해보험이 3만5257원대의 보험료를 자랑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NH농협생명 역시 7월 말부터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농협생명의 ‘NH유병력자실손의료비보험’은 50세 남자 기준 월 4만2420원의 보험료로 가격적인 이점은 적은 편이지만, 농협을 주로 이용하는 농촌 고객들의 연령대가 중장년층임을 고려하면 특히나 마케팅 면에서 이점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농협생명 관계자는 “출시 초기라 판매 실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예상만큼 판매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농협손보가 유병자실손보험을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었고, 실손보험이라는 상품의 성격상 생보보다는 손보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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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현장 “실손보험 대체 상품” 인기…1년 뒤 손해율 문제는 숙제

초기만 해도 유병자실손보험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던 설계사들도 전략을 바꿨다. 당국의 ‘실손보험 끼워팔기 금지’ 규제로 막혀버린 영업을 유병자실손보험으로 대체하려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것이다.

과거 보험설계사들은 실손보험상품을 다른 상품과 함께 파는 일명 ‘끼워팔기’로 다뤘다. 실손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초회보험료 수입으로 수당이 결정되는 설게사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따라서 설계사들은 판매량이 많은 실손보험에 암보험을 비롯한 다른 상품들을 엮어 함께 판매하는 방식을 차용했었으나, 당국이 이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서면서 영업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의외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유병자실손보험은 설계사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유병자실손보험에 유병자건강보험, 유병자종신보험 등 다른 간편가입 상품들을 엮어서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

이처럼 영업 현장에서도 호평 속에 판매되고 있는 유병자실손보험이지만, 진짜 문제는 손해율이 본격적으로 산출되는 1~2년 뒤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해서 손해율 등의 통계가 정확히 반영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현재로서는 판매량이 많아 좋은 신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추후에 손해율로 돌아와 부메랑처럼 보험사들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손보 9개사, 생보 2개사가 유병자실손보험을 취급하고 있지만, 나머지 보험사들은 여전히 어려운 손해율 관리를 이유로 판매를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들 역시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권장한 상품이라 어쩔 수 없이 판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 보험사에게 가는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없어 보험사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병자실손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통계와 리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데, 현재로서는 일반 실손보험을 토대로 하는 ‘예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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