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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양극화 심화와 통화정책

장태민

기사입력 : 2018-07-19 13:46 최종수정 : 2018-07-19 17:03

자료=정부

자료=정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경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양극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계의 소득과 자산 격차, 산업간의 격차, 동종 산업 내에서도 기업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중이다.

정부는 전날 하반기 경제운영방향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면서 가난한 노인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극화 추세는 최근 수년 사이에 더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3% 수준의 나쁘지 않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간 느끼는 경기 상황에 대한 편차는 상당히 크다.

■ 소득 양극화 15년래 '최고'

소득 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소득 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즉 잘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의 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소득5분위 배율은 5.02배에서 2017년 5.35배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엔 5.95배까지 껑충 뛰었다. 이 수준은 2003년 이후 15년만의 최고치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경제성장과 고용성장간의 상관관계가 떨어진 가운데 하위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2012년 0.8을 나타냈던 고용탄성치는 2016년 0.3, 2017년 0.4 수준으로 낮아진 뒤 올해 1분기엔 0.2에 머물렀다.

고용탄성치는 경제단위가 1% 변했을 때 고용량이 몇 퍼센트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취업자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용탄성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 하위 20%에서 시·일용직이 절반(46%)에 가까운 가운데 저임금 일자리가 줄면서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영세자영업자들이 과열경쟁과 높은 임차료 등으로 소득 감소에 직면한 뒤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한국은 2017년 현재 이런 자영업자 비중이 21.3%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일본이 10% 수준, 미국이 6%대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의 영업자는 5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격차 사회에서 정부는 일단 불우한 노인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좀 더 많은 돈을 쥐어주면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란 모토에 치중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을과 을을 경쟁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 산업·기업간 편차 심화..수출도 반도체 제외하면 증가율 '0%'

한국경제를 끌고 가는 제조업 취업자 증가도 부진을 보이는 등 경제전반의 고용 편차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도 전날 "반도체 편중 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 개선이 지체되고 양극화 등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출과 소비 회복세가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정부도 그 내용면에선 '취약'한 측면이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정체되고 투자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6월 수출은 6.6% 증가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0%, 즉 작년보다 더 늘어나지 않았다. 1~5월 설비투자의 경우 4.8% 늘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1.4% 감소했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들의 경우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양호한 모습을 이어갔다. 다만 몇몇 잘 나가는 산업이나 기업을 제외하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동차나 조선 등 오랜기간 한국 수출을 주도하던 업종들은 경쟁력 약화나 대내외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극화 확대 등으로 정부가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한국경제가 건전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다수 산업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분쟁이나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 양극화, 그리고 무차별적 영향 미치는 금리인상

정부가 성장률 수치 이상으로 경기상황에 대해 안 좋게 보는 가운데 양극화 심화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 간다.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형편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개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이 수치로 볼 때 괜찮은 '평균'만 보고 접근하는 데 따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날 정부가 2.9%라는 괜찮은 성장률 전망 수치 그 이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언급을 내놓았다"면서 "결국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금리를 올리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지표는 괜찮지만 다수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 경기선행지수 하락 등을 감안하면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사실 현재 경기 상황의 어려운 점을 거론하면서 경기 부양과 복지 정책 확대를 위한 논거를 만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표경기는 2.9%, 3% 정도의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괜찮지만 양극화가 심해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힘들다는 논리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통화정책은 다양한 측면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당국은 경기, 물가, 내외금리차 확대와 자본유출 가능성,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기 우려가 상당하더라도 금융불균형 위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지나친 낙관과 비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지표가 괜찮은데 양극화 심화가 문제가 되면 이 부분을 정책결정 과정에서 논의하고 토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양극화,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이란 지적도

이런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세계 각국의 양극화가 확대된 상황에서 양극화 확대 때문에 계속해서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

저금리로 인해 특정 계층이나 사람들이 유동성 수혜를 크게 입으면서 격차가 커졌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꿈은 신기루가 됐다. 부동산으로 가계부채는 크게 증가했으며, 이 문제는 다시 소비 여력을 묶어 버렸다.

다만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이 구조적으로 양극화의 심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양극화 심화와 관련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결국 자금이 고르게 돌지 않고 정체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개인들은 투자처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나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양극화 심화는 결국 제로금리의 부작용이다. 한은은 통화완화를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악순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은 가운데 지금은 외부에서 한국의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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