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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책 약한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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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6-18 00:00

▲사진: 구혜린 기자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은행들이 지난 5일 잇따른 채용비리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내놨다.

이 규준안에는 성별과 연령, 출신학교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임직원 추천제는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비합격자 제도를 두어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부정입사자를 걸러내고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게는 징계를 내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현실적 걸림돌에 직면하면서 최근 채용비리의 불거진 문제들의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준안의 7조(채용의 공정성)에 따르면 감사부서 또는 내부통제부서가 선발전형 단계마다 혹은 최종발표 전 채용관리 원칙과 절차 준수 여부, 사전 심사기준 부합 여부 등을 점검하게 된다.

규준안에는 부정합격자 채용 취소(31조)와 부정한 채용청탁의 신고 및 처리(30조)에 관한 규정을 담았다.

하지만 은행 자율에 맡기다 보니 내부 고발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식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은행 채용시스템 자체 점검을 맡긴 결과 은행들은 부정청탁 채용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현장점검 결과 11개 은행에 대해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나왔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당국의 감시와 견제가 느슨하고 감사위원추천위원회에 CEO(대표이사)가 포함돼 있는 등 지배구조가 허술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규준안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는 주 영업기반이 지역 근거지를 두고 있는 지방은행의 특수성도 한몫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알 정도로 네트워크가 좁다 보니 부탁이나 어떤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 국회의원같이 파워가 센 지역 유지의 경우 부탁이 들어오면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 검사 결과 은행에서 벌어진 채용비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이다. 금융감독원의 11개 은행 현장검사 결과 지원자 중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우대요건 신설, 면접점수 조정 등의 방법으로 특혜 채용한 사례가 9건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2013년 채용 과정에서 현직(당시) 임직원 자녀 5건, 외부 추천 7건을 받아 채용특혜를 부여한 정황이 적발됐다.

규준안 제29조(부정한 채용청탁의 금지)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임직원 청탁이 있더라도 암암리에 이뤄지기에 은행이 채용 청탁 의혹으로 인사위원회를 소집하더라도 특정인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 힘들어 직접적 처벌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사외이사, 정치권 등 외부인 청탁은 은행 내부 규정으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검사부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내부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 받는 일반직원보다는 주로 고위 임원 등 윗선에서 이뤄지는 일인데 특히 사외이사 등 은행 외부인에 대해 적용할 방법이 없다”며 “모범규준을 은행 내부 규정에 명문화하더라도 선언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채용비리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서는 외부인 청탁 사후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현재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은 상위 기구인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채용비리 구제책이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의 모범규준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으나, 기재부 가이드라인은 처벌의 명확한 지시로 문구가 마무리 된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성격상 자율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이 부분을 확실히 짚어 다시는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없길 기대해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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