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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미래포럼] "블록체인 사업자, '트릴레마' 해결했다 거짓말 말라"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5-28 00:00 최종수정 : 2018-05-28 10:18

암호화폐, 블록체인 구동 위한 인센티브
'탈중앙화・확장성・보안성' 해결 힘들어
'토큰경제학' 비즈니스 모델 선순환 의문

[한국금융미래포럼] "블록체인 사업자, '트릴레마' 해결했다 거짓말 말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블록체인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탈중앙집중·확장성·보안성이라는 '트릴레마(trillemma; 3가지 딜레마)' 중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방향성을 정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난제는 현실적으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마치 다 되는 것처럼 대중에게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미래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그는 특히 블록체인이 당면한 기술적 난제를 설명하고, 빈약한 혹은 잘못된 정보로 대중을 오도하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불가분 관계인 '블록체인-암호화폐'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개념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 구실로 나왔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암호화폐의 창시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아니다. 나카모토가 2008년 비트코인을 처음 제안하기 전인 1988년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란 암호학자는 인터넷상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최초의 전자화폐(Electronic Cash)를 고안했다. 김승주 교수는 "데이비드 차움은 오프라인에서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 익명성이 보장되게 하려면 화폐를 쓰면 되는데, 온라인에서는 왜 신용카드밖에 쓸 수가 없느냐고 문제제기했다. 여기서 나온 게 최초의 전자화폐다. 그래서 그 논문 제목이 '추적되지 않는 화폐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토시는 '탈중앙화'라는 기능 하나를 추가했다. 발권량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겠단 의미다. 하지만 전자화폐는 실물 화폐와 달리 복제가 쉽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어떤 전자화폐가 사용됐는지, 사용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충돌을 피하려면 '1477번 디지털 화폐는 이미 사용됐다'는 식으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 1477번 화폐 사용 요청이 들어오면 사용됐단 기록이 있기 때문에 지급이 거절된다. 이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의 동작원리다.

김승주 교수는 "문제는 절대 권력인 은행이 없어졌을 때, 여럿이서 인터넷으로 감시하고 장부를 만들면서 어떤 돈이 사용된 돈이고, 어떤 돈이 사용되지 않은 돈인지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고의적이든 실수이든 다수가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없으니 장부를 만들기 힘들다. 그래서 사토시는 과반수의 판단을 좇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익명의 인터넷상에서는 평판도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토시는 하나의 장부를 기록할 때 '퍼즐'을 풀도록 했다. 이걸 풀기 귀찮아서 아무도 안 하려고 했기 때문에 '블록(장부)' 하나당 몇 비트코인을 준다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탈중앙집중·확장성·보안성'이란 딜레마

사토시가 블록체인을 기술을 고안한 바탕엔 애초에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란 게 없다. 블록체인의 이념은 권위로부터의 탈피 즉, 탈중앙집중화에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최소한 소수의 누군가가 블록의 생성과 검증을 통제한다는 것이므로 개념적으로 배치된다.

그럼에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등장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거래가 늘어나면서 장부를 만들고 검증하는 일을 소수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래 수가 늘면 초당 생성해야 할 장부의 개수도 늘어나 사실상 검증이 어렵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실현을 위해서는 참여자 수를 줄이던가, 합의의 정확성을 떨어뜨려야 실현 가능하다. 즉, 퍼블릭 블록체인 실현은 '확장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가지 블록체인 이상과도 상충된다.

김승주 교수는 특히 확장성과 보안성이 정확히 반비례 관계에 있어 해결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안성은 블록 생성 시 필요한 합의다. 확장성은 많은 사람들이 이 장부를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장성을 높이면 합의에 문제가 생긴다. 이것들을 손쉽게 하려면 탈중앙화를 떨어뜨리면 된다. 그래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릭도 '트릴레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아마존 등 일반 서버들보다 효율성이 100만 배나 떨어진다"며 "앞으로 블록체인은 한 기능이 강화되면 다른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핵심 속성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이에 대해 "트릴레마를 지금 풀기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블록체인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방향성을 정하고 사업을 하란 뜻이다.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해결하려 했다고 대중에게 얘기하는 블록체인 사업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마치 다 되는 것처럼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토큰 경제학' 비즈니스 모델 팽창 부작용 우려

김승주 교수는 국내의 경우 사실상 블록체인 원천 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의 경우 '1세대 블록체인이 익명성에 문제가 있다. 비트코인이 40% 이상 추적이 된다'는 문제가 제기 되면, 어떤 사람은 그 블록체인의 익명성을 개선하려는 연구를 한다. 그러면 (그 연구 과정에서) 익명성이 극대화된 가상화폐가 나온다. '모네로' 같은 화폐가 그렇게 나왔다. 외국은 이렇게 블록체인의 기술 자체를 개선해서 새로운 화폐를 만들고 투자받는 모델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가상화폐 자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결과 국내 블록체인 특허 대부분은 거래소 관련 특허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국내 사업자들이 주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에 기반한 '토큰 경제학'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국내) 비즈니스 모델이 주로 '인센티브' 부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소위 말해 '토큰 경제학'이다. 예컨대 '스팀잇'의 경우, 블로그가 '좋아요'를 많이 받아서 파워블로거가 되고 광고를 유치하는 시스템이라면 스팀잇은 좋은 글 쓰고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돈으로 준다. 좋아요가 굉장히 약한 동기유발이라면, 돈은 굉장히 강한 동기부여다. '강한 동기부여 때문에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쓰려고 할 테고 건전한 생태계를 육성할 것'이란 게 스팀잇의 모델이고 곧 '토큰 경제학'이다. 비트코인 때문에 사람들이 블록체인 장부를 자발적으로 계속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한 동기부여가 건전한 생태계 육성으로 선순환 할지는 미지수다. 김 교수는 아프리카TV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아프리카도 별풍선을 가지고 굉장히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선정적인 방송으로 치우친다. 선정적인 게 별풍선을 많이 받으니까. 강한 동기부여는 이런 나쁜 쪽으로 흐를 수 있다. 스팀잇도 암호화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별풍선을 많이 주니까 주로 암호화폐와 관련한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콘텐츠가 쏠리는 거다. 이게 부작용이다. 돈이란 강력한 동기부여는 사람의 광기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 경제학을 기반으로 사업 아이템을 많이 생성된 것은 맞지만 부작용도 반드시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에 대한 정보의 공급이 충분히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IPO 시장은 기업의 투명성이나 이런 것들을 전문 애널리스트가 분석한다. ICO는 그게 없다. 정보가 덜 유통되는 거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해 할 일이 정보가 공급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보가 많이 유통되면) 사업적 판단은 스스로가 하면 된다. 아프리카TV 보면서 어떤 사람은 '부작용이 더 커져서 저 사업모델은 죽을 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저 사업모델 대박나겠다'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정보 공개) 해주란 얘기"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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