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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정부, 블록체인 그냥 놔두는 게 답"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5-28 00:00 최종수정 : 2018-05-28 09:55

선의의 피해자 없도록 정보만 공급해야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블록체인은 합의에 의해 도달하는 건데 왜 제도를 요구하는가. 정부가 할 것은 진흥시키려는 정책이 아니라 과도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어떤 시도만 막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스스로 성장하게끔 내버려 둬야 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진)는 28일 한국금융미래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마치고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 방향에 대해 이렇게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정부부처가 TF를 꾸려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몇 차례 회의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의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후진국이 될 일이 있느냐며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암호화폐 거래는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제해 거래소 영업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김 교수는 우선 정부의 '투트랙 전략'은 좋게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적, 이론적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시킬 순 없다"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열기를 죽이고 블록체인 본연에 집중하게 해서 다양한 사업모델, 응용분야가 나오게 하는 접근방식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완전히 기술적으로 분리해서 한쪽은 죽이고 한쪽은 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블록체인 메커니즘을 퍼블릭(public blockchain)으로 돌리려면 어차피 인센티브 역할을 할 뭔가가 필요하다"며 "블록체인이 육성 되려면 암호화폐라는 건 태생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과열로 인한 피해를 외면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주안점을 블록체인 기술에 두는 건 합당하단 설명이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위해 진흥원을 세우고 법을 만드는 것은 블록체인에 담긴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인터넷 구성원이 합의해서 뭔갈 하는 게 블록체인이고, 이런 정신 자체가 블록체인에 들어있다"며 "비트코인도 저항정신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알음알음해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일종의 공개데이터베이스다. 온라인상의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합의를 거쳐 장부(블록)를 생성하고 참여를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다. 블록체인은 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통제하는 중앙집중화된 기관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이미 존재했던 전자화폐 개념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익명성'의 개념을 덧붙였다.

정부가 실행할 일이 블록체인 기술 진흥 정책이 아니라면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내버려두되,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다독거리는 게 정부가 우선 할 일이지, '정부 재정을 투입하면 블록체인 기술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곤란하단 의미다. 김승주 교수는 "기본적으로 저항정신을 살려두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며 "블록체인 생태계 자정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자정능력은 풍성한 정보에서 나온다고 명쾌히 설명했다. 그는 "자정능력은 시장에 건전한 정보가 많이 공급되도록 하면 된다. '블록체인이란 게 이런 거고, 갈 길은 어디고, 장단점은 이게 있구나' 이런 것을 알고 쓸데없는 환상에 빠지지 않게끔 건전한 정보를 계속 주입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란 얘기다. 좋은 정보를 많이 주입하면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보공급 방식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사업자가 ICO(암호화폐시장공개) 백서(white paper)를 잘 쓰도록 감시하는 시민단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감시단체가 새로 상장될 코인에 대한 '컨슈머 리포트'를 발간해 대중들이 코인에 대해 잘 모르고 시도하는 '깜깜이 투자'는 줄게 된다.

다른 하나는 컨퍼런스 등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자가 자신의 기술을 이 컨퍼런스에서 검증받게 하는 것이다. 컨퍼런스를 통해 대중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자기 기술이 우월하다는 걸 비전문가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컨퍼런스 가서 전문가에게 확인받고 오란 얘기다. 요새 좋은 국제 컨퍼런스가 많이 생겼다. '일반인들이 못 알아들어서 백서에 기술 내용을 못쓰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기술자들이 있는데, 일반인한테는 '어디에 가서 인증을 받았다' 이렇게 얘기해야 하는 것이지 백서에 기술 내용을 장황하게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해외 암호화폐 백서는 블록체인의 난제가 무엇이라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주된 난제는 '탈중앙화(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닌 퍼블릭 블록체인 구현)・확장성(다수의 참여 유도)・보안성(합의의 정확성 제고)' 세 가지다. 김 교수는 "해외 백서들은 '우리는 이 세 가지 모두를 해결하는 것을 이상향으로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라는 걸 적시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만 얘기하지 않는단 뜻이다. 블록체인의 난제가 이런 게 있고,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떤 컨퍼런스에서 발표해서 전문가의 검증을 받았다는 내용이 백서 뒤에 붙는다"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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