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0대 1 액면분할 후 거래를 재개한 가운데 4일 주식 시장에서 하락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액면분할이 수급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으나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업황과 실적 등의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기준가 5만3000원에 출발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08% 내린 5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1% 상승대를 보였으나 이내 하락 전환해 약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의 이날 일 거래량은 3941만5999주, 거래대금은 2조 703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코스피 종목 중 최대 거래량 및 거래대금을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식이 역대 최대 일 거래량을 기록했던 지난 1998년 10월 31일(653만 2440주)의 6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액면분할 이슈로 인해 삼성전자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다시 매물을 내놓으면서 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패시브 자금이 대거 유출된 것으로 관측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난 30일부터 3거래일간 거래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등의 리스크가 이날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반도체 경기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함께 유입된 개인투자자가 실망 매물을 내놓는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이벤트로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기대감을 미치지 못하자 급하게 매물을 내놓는 양상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이벤트 전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해 수익을 내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으로 액면분할 이후 차익 실현을 시도하면서 매물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호조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주가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액면분할과 같은 이벤트성 재료보다는 장기적으로 업황 및 기업 펀더멘털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강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점, 반도체 경기 호황 등이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향후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나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본다면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할 때”며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등의 이벤트로 인해 수급 변화에 따라 등락을 보일 수 있겠으나 당장 유의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털 과 주주환원 정책 등을 고려한 6개월 가량의 장기적인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액면분할이 삼성전자의 펀더멘털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 수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는 의미가 없으나 거래 활성화로 인한 신규 주주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액면분할 이후 균형 잡힌 수급이 불확실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국내 증시 사상 유래 없는 50대 1 분할이고 향후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며 “거래대금 증가는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들의 저변 확대와 이에 따른 긍정적 주가 영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