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서관 312호 중법정에서 진행한다.
이날 선고는 그동안 특검이 4차례에 걸쳐 변경한 공소장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특검은 항소심을 진행하는 동안 공소장을 여러 번 변경하며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지금까지 1심을 포함, 총 4차례 공소장 변경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2일 항소심 구형을 1주일여 앞둔 막판까지 공소장을 변경하자 삼성 측은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춰 공소장을 써서 내도된다는 주장과 같다”며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특검이 수차례에 걸친 수정 작업을 거쳐 내려진 결정은 △이 부회장이 당초 알려진 박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 앞서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 독대가 있었다는 것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해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더한 것 △1심서 무죄판결을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부분에 단순 뇌물혐의를 추가한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예비적 추가는 특정 혐의를 우선적으로 보되, 유죄 인정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이 두 가지가 인정돼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반면 단순뇌물죄는 대가성만 인정되면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1심에서처럼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아도 재단 출연금을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즉, 단순뇌물죄는 부정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이 재단에 건넨 돈이 박 전 대통령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내용의 수수자간 공모관계만 입증하면 된다. 3자 뇌물혐의는 여기에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의 부정청탁이 오갔다는 사실도 인정돼야 한다.
잇따른 공소장 변경에 일각에서는 증거가 나오지 않자 부실수사를 자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특검은 ‘0차 독대’ 를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 앞서 2014년 9월 12일에도 은밀한 만남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횟수가 당초 3번이 아닌 4번에 걸쳐 이뤄졌다는 것.
하지만 날짜조차 특정한적 없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진술과 정황에 따른 ‘추정’에 가까운 근거였다.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추가 독대일이 1차 독대일인 2014년 9월 15일 전·후인지 특정하지 못하며, 그의 진술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 출입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세 차례 진행된 독대에서 부정 청탁이 오갔다는 입증할만한 진술과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이미 특검 조사에서 3번의 독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발적으로 이야기 했는데 무엇을 더 숨기겠냐”며 “제가 기억을 못한다면 치매”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