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이 올해 설을 겨냥한 이색 선물세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한우세트부터 신발‧안마기‧청소기를 비롯해 드론까지 등장했다. 업체들은 제품의 다양화를 앞세웠지만 이면에는 편의점 본사 직원들의 목표치 압박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업체들은 저마다 ‘욜로(YOLO)족’ 문화와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선물세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편의점 관계자들은“트렌드를 반영한 생활 편의 상품과 생활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상품들도 대거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편의점업체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장에서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경기도 내에서 편의점A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편의점에서 참치나 식용유 외에 설 선물세트를 얼마나 사가겠냐”며 “우리(가맹점)야 안 산다면 그만이지만 본사의 무리한 요구에 관리자들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점포 관리자는 일정한 구역에서 편의점 점포를 관리해주는 현장 매니저를 뜻한다. CU는 SC, GS25는 OFC, 세븐일레븐은 FC, 미니스톱은 SA 등으로 불린다. 보통 편의점 관리자 1명당 10~15개 점포를 관리한다.
편의점 이색 설 선물세트. BGF리테일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본사는 보통 명절을 3~4주 앞두고 선물세트 예약주문을 마감한다. 본사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관리자들은 가맹점주를 찾아가 선물세트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영업을 하게된다. 최종 발주는 가맹점주가 하기 때문에 본사 측의 ‘밀어내기’ 등 갑질은 대부분 개선됐다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점포 관리자에게는 목표금액이 주어진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맡고 있는 점포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GS25와 세븐일레븐은 설 선물세트의 경우 점포 관리자 1명당 보통 1000~1500만원의 목표금액이 떨어진다. 미니스톱은 600~750만원 선, CU는 약 2~3년 전 이 같은 할당제도를 없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점포 관리자가 판매 목표를 달성할 시 인사고과에 가점을 부여하거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목표달성 압박에 판매 금액을 맞추려 본인들의 사비로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이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팔기까지 한다.
한 점포 관리자는 “보통 점포 10개를 맡고 있으면 순매입가로 600~700만원 정도의 선물세트를 본사로 발주해야 한다”며 “말은 인센티브지만 가맹점주가 선물세트 판매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떠안아 재판매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예를 들어 한 점포 관리자는 설 선물세트로 나온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4)을 대량으로 발주해 목표금액을 채운 다음 본사 측으로부터 성과급을 받는다. 이후 제품을 싼 가격에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본사 측의 실적 요구도 충족시키면서 자신이 제품 값으로 지불한 금액을 ‘성과급+중고 거래액’으로 맞출 수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팔리지 않는 제품의 경우 개인적인 선물로 지인들에게 활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사용해야 한다.
한 점포 관리자는 “선물세트 판매에 대한 압박은 매년 약해지는 추세지만 분명히 현장에서 존재하고 있다”며 “점주들에게 도움도 안 되는 선물세트 특판 압박은 개선돼야할 문화”라고 꼬집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