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한국금융신문DB
공정위는 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15일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하이트진로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 12억2000만원, 삼광글라스 15억7000만원으로 총 107억3300만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 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으로, 2007년 12월 박 본부장이 지분 73%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 계열에 편입된 계열사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총수일가→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 일감 몰아주기…3가지 ‘통행세’
먼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이트진로는 제조업체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다. 통행세는 공캔 1개당 2원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또 2013년부터 1년간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코일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밖에 하이트진로는 삼광슬라스의 밀폐용기 뚜껑 구매시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했으며, 기존 하이트진로 과장급 인력 2명을 서영이앤티에 파견하고 급여를 대신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로 2007년 142억원에 불과하던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하이트진로 계열에 편입된 뒤 2008~2012년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나 급증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2014년 2월 서영이앤티가 보유한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키미데이타에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한 의혹도 받고 있다. 키미데이타에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이트진로가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서해인사이트의 주식 매각 금액은 25억원이다. 공정위는 정상가격(14억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 배경으로 하이트진로의 이면 약정을 꼽았다. 이면 약정를 체결하고 하이트진로가 키미데이타를 통해 서영이앤티에게 주식 고가 매각 차액인 1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총수 2세 관여…부당 승계 지원
공정위는 이 같은 주식 고가 매각 과정에 총수 2세인 박 본부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본부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주식 매각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기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서영이앤티의 부당 지원 행위는 하이트진로그룹의 경영 승계 과정과 이어진다. 서영이앤티는 현재 박 회장의 지분증여, 기업구조 개편 등을 거쳐 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박 회장의 단독 지배에서 2세인 박 본부장이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장기간에 걸쳐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지원한 행위”라며 “공정거래질서를 심각히 훼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적한 사항은 이미 해소된 사항으로 소명이 받아들여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등 모든 혐의에 대해서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