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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산업혁명 ‘창조 세대’를 기다리며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1-08 15:30

▲사진: 정희윤 부장

▲사진: 정희윤 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지난 주말 지역 마을기업이 작은도서관을 겸해 운영하는 북카페에서 책 몇 권을 접하다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경제-산업-문화. 세 범주가 연동되어 움직이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은 어디 와 있는 것일까?

국내 정치 역사에서 어느 정당 계보를 잇는 대통령이 집권했건 문화 영역을 주축으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경제 중흥을 이끌어 보려고 작심하고 달려든 정부는 없었던 것 아닌가?

나아가서 ‘경제와 산업에 문화 영역을 오버 랩 시키는 성찰과 모색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나 미숙한 것 아닌가?’ 하는 질문까지.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의 약점

문화 영역을 산업 혹은 경제 영역과 연결 지어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비중이 높은 세대가 분명히 있다. 그 옛날 순수-참여 문학논쟁을 다루면서 순수예술이 존재할 뿐 아니라 더 지고한 수준의 것이라는 주장을 정답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던 세대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은 문화 또한 산업의 한 축이고 ‘돈’으로 귀결되는 물질적 기반 없이 ‘융성’시킬 수 없다는 엄연한 것이다.

문화를 산업과 경제의 한 영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고급문화와 고급예술을 별개로 구분하는데 익숙한 편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가요와 대량생산 팝 아트는 저급하다는 틀에 갇힌 사람들이 상정하는 고급 예술과 문화는 실상 제대로 감상하는 법조차 배우기 어렵다. 뮤지컬보다 더 비싼 오페라처럼 직접 구매하기 쉽지 않을 만큼 비싼 값을 치러야한다는 사실은 곧잘 잊힌다.

시민들 사이에서 사회 비판 의식이 자라나지 않도록 유도하려던 시절,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철학적 사유를 허락하지 않고 현대사 쟁점별 논쟁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맥락에 이어서 문화 영역에 대한 특정 논리와 시각을 고착화 시켰던 패러다임은 주어진 지침 수행에 충실한 중간 관리자 내지는 생산직 노동자 양산에 적합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런데 이런 체제에 익숙한 세대가 대한민국 정치를 경제를 교육구조를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다툼이 한창인 글로벌 도처에서 코리아는 그리고 코리안은 어떤 위상을 점하고 있을까?

대형기획사 플랫폼이 만들어낸 K팝이나 영화, 드라마가 문화산업 경쟁력의 전부일 수 없다고 본다면 치명적 약점, 기본적인 한계점이 내재해 있다.

창의 인재 양성 불가능한 시스템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의 통렬한 비판은 많이 유명해졌던 것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해 준 사례다.

김 총장은 “기대수명이 100세, 120세까지 늘어나면서 일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게 되는 시대를 맞아 100세까지 일할 때 중요한 게 창의력인데 지금 우리 교육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목청껏 외친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 경쟁력을 걱정스럽게 하는 근본적 한계가 바로 현행 교육과정과 시스템이라는 비판으로 김 총장이 주목받은 해는 2016년이었다.

2018년이 밝았고 지난해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교육과정의 변화, 입시 변화는 요원한 노릇이다. 어떤 인재를 길러야한다는 뚜렷한 목표나 비전,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적 준비는 아직도 적지 않게 다져야 할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할 것이 있다면 전임 정부로부터 반면교사 삼을 것을 확실히 잡고 나아가는 일이다.

전임 정부 ‘창조경제’ 비전은 실체형성에 실패했던 반면에 영국이 추진했다는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 정책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해서 추진할 수는 있다는 발상의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말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추진했던 게 ‘창조 산업’ 정책은 문화산업 지원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고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창조 교육·창조 산업, 문화경쟁력

비록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가운데 비슷한 영국 노동당 정책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실천과 성과를 따로 잡지 못한 원인 또한 분명하다. 1회성 정책, 한시적 기구를 만들어 실행하다 마는 정책, 이름만 따 왔을 뿐 내용이 다른 행정으로는 불가능한 목표를 들여와 놓고 하는 시늉만 했을 때 결과는 언제나 ‘역시나’일 뿐이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가 지난해 전 세계 주요 수출국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다. 참 가슴 뿌듯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수출 한국 브랜드에 입히고 있는 창조적 부가가치는 아직도 일정 영역에 그치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천 기술 확보도 핵심기술 경쟁력도 지식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문화 스타일의 독창성과 선도적 역량, 그리고 가치 생산 역량이 함께 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글로벌 시장을 주름 잡는 생활 필수 디바이스 생산에 중요한 요소를 공급해 주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는 전혀 향유하지 못한 채 종속적인 하위객체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브랜드로 경쟁구도를 형성하려 몸부림 칠 것인가?

한국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 수출 경쟁력이라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차원높은 경쟁에서도 활로를 뚫고 싶다면 문화적 예술적 창의성으로 무장한 인재 양성 노력이 당장의 경쟁력 확보 노력 못지않게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 이제 더는 허투루 들어선 안 되는 상황을 맞았다.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그냥 ‘주문생산용 납품 경제’로 연명하는 2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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