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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고비마다 승부수 새 길 열어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7-03-20 01:15

‘70세는 변화 어렵다’며 스스로 물러나
“조 회장·위 행장 최강 듀오 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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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고비마다 승부수 새 길 열어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47년 은행원 역사를 마무리 한다. 지난 2011년 3월 취임한 한 회장은 오는 23일 신한금융 주주총회 이후 6년간의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회장 역할은 만 70세까지 수행할 수 있다. ‘신한사태’로 그룹수장에 오른 한 회장은 분열의 원인을 연임이 무제한으로 가능한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70세 룰’을 만들고 본인부터 이를 적용했다. 그 결과 총자산 489조 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의 회장 승계는 그 어느 때보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한동우 회장은 은행원 인생을 걸으며 고비마다 이와 같은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이것이 그를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으로 만들었다. 한 회장의 47년 은행사(史)에서 결정적 순간들을 정리했다.

◇ 1977년, 따뜻한 금융의 씨앗

1977년은 한동우 회장 은행원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한 회장은 은행원으로 첫 발을 서울신탁은행에서 시작했다. 1971년 입행 후 7년 간 일했다. 하지만 77년 그는 돌연 서울신탁은행 그만둔다. 한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그가 맡았던 명도소송 결과 추운 겨울 거리로 쫓겨난 가족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라 밝혔다. 명도소송이란 경매 등으로 임차인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잃었음에도 비워주지 않는 경우 소유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이 당시의 경험이 한 회장을 ‘따뜻한 금융’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금융도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믿은 한 회장은 ‘따뜻한 금융’이란 정체성을 신한금융그룹에 뿌리내리도록 힘썼다. 회장으로 회장 취임 이후 금융의 본업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미래를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목표로 설정했다.

‘따뜻한 금융’은 한 회장이 꼽은 최우선 가치다. 한 회장은 “직원들의 선배로서 내가 회장인 된 것인데 신한의 당초 가치인 ‘새롭게·알차게·따뜻하게’에서 따뜻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 따뜻한 금융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자신의 본업인 금융을 통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치라고 생각했다”면서 “초기에는 직원들의 이해도 낮았지만 이 가치를 내 건 후 수정자본주의와 같은 흐름이 나오면서 점점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지난 14일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따뜻한 금융’을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두 가지를 당부했을 정도로 이를 중요시 여긴다.

◇ 2011년, 소방수로 시작해 전성기를 열다

한동우 회장은 2011년에 처음 신한금융그룹의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상황은 새로 회장 임기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내부 싸움으로 은행이 지주 사장을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신한 사태’를 겪는 와중이었다. 한 회장은 이를 해결할 소방수로 투입됐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시작해 30년 만에 수장에 올랐지만 시작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은 나중에 신한금융그룹과 한 회장 둘 다 최고의 결과로 돌아왔다.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신념을 바탕으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한 회장은 회장 면접 당시 “면접 마지막에 할 말 없냐고 해서 신한그룹에 30년을 근무한 내가 왜 2~3년차 사외이사 앞에서 신한에 비전을 말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당시 회장 선출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한 그는 취임 후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2014년 말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새로 재정 할 당시에도 주요 참고자료가 됐다.

그룹 상부를 안정시키고 실적 정비에 나섰다. 한 회장 임기 동안 글로벌 진출 본격화와 동시에 내부 재무구조를 다듬었다. 임기동안 차입금 상환 3조 1000억원, 내부유보 8조원 등 6년간 11조1000억원의 자금을 쌓았다. 이는 차기인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회장에게 든든한 자산으로 남게된다.

미래 먹거리로 해외시장을 주목한 한 회장은 취임 초 ‘아시아 시장 성공기반 구축’을 중장기 전략목표로 제시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베트남에서 나타났다. 신한베트남은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2011년 14개국 66개에서 2016년 20개국 165개로 증가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자산도 2010년 대비 69% 증가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부문의 이익비중은 2011년 5% 수준이었으나 2016년 12%로 늘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까지 글로벌 손익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간 협업모델은 다른 경쟁사들이 참고하고 있다. 취임 첫해인 2011년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 모델을 지시했다. 신한금융은 2012년 금융업권 최초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함께 제공하는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사업부문’과 고객에게 은행과 금융투자의 상품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WM(Wealth Management) 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신한금융그룹은 한 회장의 노력 아래 3년 연속 당기순익 2조원 돌파하고 지난해 6년 만의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 동안 많은 금융사들이 CEO 교체 시기에 잡음이 일었던 것과 달리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조용병 내정자에게 회장 자리를 자연스레 넘겼다. 내부 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임기 내내 금융지주 1위를 달렸기에 한 회장은 신한금융그룹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 2017년, ‘동반 경영’으로 미래 설계

신한금융지주는 한동우 회장 퇴임 이후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다. 한 회장은 레임덕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다. 그리고 본인이 만든 승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내부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후보 양성에 끊임없이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물이 ‘조용병-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동반 체제다.

한 회장은 내부 권력 다툼이었던 ‘신한 사태’를 겪었기에 알력 싸움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 결과 한 회장은 신한 지주 내 명실공히 1인자로 경쟁자를 두지 않았다. 또 이후에도 경영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일지 않도록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철저히 자기 사람으로 구성했다. 작년 3월 논란을 뒤로 하고 주주총회에서 남궁훈닫기남궁훈기사 모아보기 이사회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위원으로 임명하고 이흔야, 이정일 이사를 선임했다. 그리고 이 때 구성된 이사들은 자경위를 통해 한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조용병 행장으로 회장을 선임했다.

또 추가적으로 자경위는 보통 3년이던 행장 임기를 이번에 2년으로 줄인다. 조용병 내정자가 지주 회장 취임 시 임기는 3년이고 내규에 따라 최장 9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위성호 내정자의 행장 임기가 끝나는 2019년 행장 연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경위 위원장을 조 내정자가 맡는 것이다. 혹시 모를 권력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굳이 임기까지 줄이면서 견제할 수단을 마련한 것은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이 승진 때마다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을 정도로 미묘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경영 성향마저 달라 충돌할 여지는 존재한다. 조 행장과 위 사장은 2015년 신한은행장에 이어 최근 신한금융 차기 회장까지 경쟁 후보였다. 위 사장은 경우 이번에 은행장으로 오르기까지 후보에서 3수를 한 셈인데 그 때마다 조 행장에게 밀렸다. 위 사장은 1958년생으로 조 행장보다 한 살 어리고 입행년도도 딱 1년 늦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동우 회장은 “신한의 시스템과 지주의 (행장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데 (두 사람이) 사이가 안 좋을 수가 없다”면서 “두 사람을 30년간 봐왔는데 신한의 최강멤버”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호 후보 내정과 관련해 “조용병 행장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의 그간 잡음 없는 무난한 인사를 보인 것에 비해 이번 인사는 여러모로 소란스러웠다. 한 회장이 이를 감수한 것은 그만큼 미래 경영 환경을 어렵게 보기 때문이다.

그간 신한지주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다보니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 보수 성향이 강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지주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성장을 위해 위성호 사장의 돌파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 회장 본인과 닮은 조용병 행장을 회장 후계자로 낙점해 은행의 독주가 아닌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을 꾀하길 바라는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는 한동우 회장의 다음 10년을 위한 준비가 성공할 지는 이제 후임자들의 연대에 달렸다.

◇ 앞으로, 회장직 고사 후 고문직으로

한동우 회장은 퇴임 후 고문 위촉된다. 경영전반을 아우르며 자문을 해주는 역할인데 신한금융그룹이 고문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회장은 일부에서 회장직을 더 맡길 바라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신한금융을 돕는 방법은 고문으로서도 충분하다”며 “깔끔하게 물러나 후배에게 조언하면서 고문의 모범을 만드는 것도 나의 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47년 간 금융인 생활을 하며 회장직까지 오른 한동우 회장의 퇴장은 여러 가지에서 귀감이 되는 사례다. 역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명예로운 퇴진을 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돋보이고, 이번 퇴장이 스스로 만든 규칙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기 수장을 행원 출신으로 꾸렸다는 점도 내부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차기 경영진인 조용병 지주회장과 위성호 은행장을 ‘최강 듀오’로 명명한 한 회장은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리더십과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고, 위성호 행장은 남보다 훨씬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혹시 모를 불안 요소마저 “앞으로 고문으로 있으면서 교포 주주들이 어떤 점을 걱정하시는지를 후임자에게 조언해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사태에 대해 대법원이 신상훈 전 사장에게 대부분 무혐의 선고를 내리며 마무리 된 것은 한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부담이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에 대해 “신한사태 이후 취임해 신한은 내부 조직적으로 화합했고 법률적으로 도 마무리됐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아직 남아있다”면서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하는 마당에 과오를 따지면 화합보다는 분열로 가기 때문에 신한을 사랑하는 선배라면 각자가 내려놔야 하고 그게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라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신한금융 내 최고 경영진간 경영권 갈등으로 빚어진 ‘신한사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며 시시비비가 가려진 모양새지만 신한금융 이사회가 신 전 사장에게 지급 보류한 현재 가치 21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숨겨진 뇌관이다. 한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사회 멤버 3명을 포함해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의논해서 지급 여부를 논의해야 된다”는 의견을 냈다.

한 회장은 만 70세까지 1년 8개월이 남았지만 퇴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70세가 넘으면 경륜은 있겠지만 과연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고객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변화에 따라가는 것은 경륜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가족여행과 독서로 지난 6년간 쌓였던 피로도 풀 생각”이라며 “일본을 자주 오가면서 알아 둔 좋은 휴양지와 맛집을 가족들과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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