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의 활로, 스튜어드십 코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70220020018173607fnimage_01.jpg&nmt=18)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으로 2010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를 우선으로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상법’ 역시 주주들을 위한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국이 100년에 걸쳐 진행해온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최근 한국에 불어닥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수년간의 산고 끝에 2016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연기금과 운용사들은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참여는 소극적이었다. 두달째 가입기관이 없다는 것이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코드가 강제성이 없는 자율협약이다 보니 기관들이 책임과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도입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국민연금이 미적거리고 있으니 다른 기관들의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금융당국은 당근책을 제시하며 운용사들의 코드 도입을 유도했다. 지난 13일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예정기관 간담회에서 임종룡닫기

코드 도입은 최근 글로벌 경제 변동성 확대로 인한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ing, RI)에 대한 관심 증대와 무관하지 않다.
책임투자란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와 장기 수익률을 얻기 위해 비재무적인 성격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적 요소를 적용한 개념이다. 사회책임투자(SRI)와는 장기 수익률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데 차이가 있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같은 ESG를 바탕으로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이같은 ESG 투자에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대만, 홍콩 등의 국가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코드로 인한 공정성과 책임 평가가 높아질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자본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조홍래닫기

올해도 어김없이 주주총회는 3월에 대거 몰린 떼주총 양상이다. 12월 결산법인이라 이는 부득이한 면이 있다지만 마지막주 금요일에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 주총이 몰려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주총 날짜까지 몰려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거수기 역할 이외에도 소액주주들 역시 주총이 분산돼 있어 참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드 도입으로 인해 의결권 행사가 촉진된다해도 단기간에 주주 권리를 신장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만같은 경우 주총을 특정일에 지정하는 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있기에 자율화된 선진화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코드 도입은 사전투표제와 전자투표제의 활용도를 조금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시발점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작은 단초도 만들수 있을 것이라 본다. 코드 도입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재계 역시 최근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는 달 탐사에 성공했다. 인류는 처음으로 달이라는 미지와 조우했다.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이다. 인류가 우주로 첫 발을 내민 것처럼 한국 자본시장 역시 주주행동주의로의 작은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8개 운용사들과 함께 기존 7가지 원칙 이외에 적용가능한 세부 규정들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3월내 발표할 예정이지만 코드 도입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이해 상충 등의 문제와 관련해 쉽지 않은 작업이란 말이 들린다.
원래 목적인 주주이익 확대 이외에도 자본시장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과 운용사들은 시행착오가 있다하더라도 더 이상 코드 도입을 망설여선 안 될 것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