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정부는 TV홈쇼핑에 적용하는 재승인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설정했으며, 그간 분산됐던 불공정 거래행위와 납품 업체 지원관련 재승인 심사 항목 등을 통합했다. 해당 항목의 기준을 넘지 못할 시에는 재승인 심사에서 퇴출 시킨다는 ‘과락제’ 의 도입이다.
홈쇼핑 업체는 5년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롯데홈쇼핑에 대한 ‘6개월 프라임타임 방송 중단’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문을 닫는 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개정된 ‘과락제’ 의 첫 적용을 받게되는 만큼 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미래부의 재승인 심사 조건 강화에 맞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재승인 심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태다. 두 업체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 등의 항목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재승인 심사를 앞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일부 개선된 항목과 커트라인이 지정된 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기존 심사에서는 1000점 만점에 650점만 넘으면 재승인 조건을 충족했다.
미래부는 2015년 4월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3개 TV홈쇼핑 회사에 대해 재승인을 결정했으며, 이중 롯데홈쇼핑은 총점 1000점 만점에 652.12점을 받아 가까스로 승인 최저점수를 넘겼다. 현대홈쇼핑은 1000점 만점에 746.81점, NS홈쇼핑은 718.96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9월 TV홈쇼핑의 재승인 요건을 엄격하게 상향하기로 결정한 점이 지난해 불거진 롯데홈쇼핑 비리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5월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 28일부터 6개월 간 매출이 높게 나오는 오전 8∼11시, 오후 8∼11시의 시간대에 업무를 정지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그간 정부의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홈쇼핑 업체는 없었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 영업 정지는 2015년 4월 미래부에 최종사업 계획서 제출 당시 납품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은 임직원의 범죄사실을 축소한 허위자료를 제출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배점이 큰 ‘공정성’ 항목에서 과락을 면하며 3년(기존 5년)으로 단축된 조건부 사업 승인을 받았으며,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 또한 포착됐다.
이에 검찰은 롯데홈쇼핑을 대상으로 방송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으며, 이같은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홈쇼핑 업계 전반에 대한 여론 또한 악화됐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9월 6일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며 당장의 타격은 피한 상황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데는 롯데홈쇼핑과 함께하고 있는 중소협력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은 행정소송 ‘본안 소송’ 결과이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프라임타임 영업 정지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조치가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다.
본안 소송에서 법원이 롯데홈쇼핑의 손을 들어 준다면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자체가 사라지게 되나, 법원이 미래부의 손을 줄어들 시 미뤄졌던 프라임타임 영업정지가 시행된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시청자의 수가 많고 단가가 높은 제품이 판매되는 프라임타임 6시간의 매출은 하루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를 계획대로 집행했을 시, 지난해 하반기에만 7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5년 3월 TV홈쇼핑 6개사의 갑질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총 143억 68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린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홈쇼핑사들의 ‘갑질’을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만큼 불공정 행위의 범위가 매우 컸다.
CJ오쇼핑의 과징금이 46억26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롯데홈쇼핑 37억4200만원, GS홈쇼핑 29억9000만원, 현대홈쇼핑 16억8400만원, 홈앤쇼핑 9억3600만원, NS홈쇼핑 3억9000만원의 순을 기록했다.
6개사는 방송계약서 미교부와 지연교부, 판매촉진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 정보 요구 및 수수료 수취방법 변경으로 불이익 제공, 상품판매대금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등의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의 4개 업체는 총 판매촉진비용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거나 사전약정 체결 없이 판매촉진비용을 부담시켰다. 특히 CJ오쇼핑은 총 판매촉진비용의 99.8%에 해당하는 56억5800만원을 146개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