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담동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
당초 이번 브렉시트 사태를 통해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글로벌 명품 본사에서는 연중 한 차례 정도 국내업체와 명품 가격을 조정하며 여기에는 환율 급변동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영국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연말까지 17%나 급락했으며, 파운드화의 가치가 절하된 만큼 명품들의 판매가는 실제 내려갔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명품 가격의 하락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버버리는 한국에서 9%의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한 반면, 홍콩 등 주요국에서는 제품 가격의 최대 15%를, 일부 품목은 20%까지 할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버버리 패딩이 25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할인, 캐시미어 코트는 370만원에서 340만원에 할인 돼 판매되는 등 인하율이 미미하다.
버버리 뿐 아니라 다른 해외 명품들의 이 같은 행태도 도마에 오르는 중이다. 주요 해외명품 브랜드들은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반대로 가격을 올리는 양상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구찌와 보테가베네타 등이 가격을 최대 8% 내렸으며, 중국에서는 지난 5일부터 에스티로더 그룹 내의 클리니크와 맥, 바비브라운 등이 제품 가격을 최대 18% 인하한 상황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샤넬이 지난 1일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화장품 가격을 1~5% 인상했다. 에르메스 역시 지난 6일 주요 제품의 가격을 2.6% 인상했다. 루이뷔통도 지난해 말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일본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내린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는 ‘비쌀수록 잘 팔린다’ 는 명품에 대한 인식을 이용해 배짱영업을 일삼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