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1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가운데,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들어오고있다. 한국금융신문DB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 하지 않았으며,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거짓 표시를 해 기소됐다.
이들은 2002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해 팔면서 독성 화학물질의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73명이 사망하는 등 총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8부는 6일 선고공판에서 신현우 전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을, 존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검사의 제출 증거만으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씨와 조모씨는 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 5000만원이 선고됐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모방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도 실형을 받았다.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 매입본부장인 김원희 씨에게는 징역 5년이, 홈플러스 법인과 롯데마트에는 1억 5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 롯데마트·홈플러스에서 유통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의 대표 김종군씨는 각 금고 4년에 처해졌다.
세퓨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제조업체 대표 오모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오 씨는 2008년 말부터 2011년 11월까지 독성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들어간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했으며 14명이 숨지는 것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 네트워크,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서 정부 각부처는 책임을 회피하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하고, 이러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또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존리 옥시레킷벤키저 전 사장에 대한 무죄 또한 황당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며 이사나 자문역도 아닌 회사를 대표하고 책임지는 대표이사의 위치에 있던 자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데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어 “선고 형량이 말도 안 되게 낮게 나온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는 공소시효의 적용이다”면서 “판결대로라면 2009년 이전에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제조사들에게 아무런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어처구니 없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검찰의 늑장 수사와 외국인 임원 봐주기, 법원의 안이한 판단, 정부의 책임 회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결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