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

[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했다.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아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군주민수'가 뽑혔다.

교수신문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2.4%(198명)가 ‘군주민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순자는 착한 백성들이 물처럼 군주를 뜨게 해서 순항하도록 하지만 백성들이 화가 나면 성난 파도처럼 배를 뒤집어 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치자들은 겸허한 자세로 순한 백성들이 화나지 않도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가 제 역할을 못하면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군주를 교체한다는 것이 고전이 우리게 주는 교훈이다.

'군주민수’를 추천한 교수는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다. 육 교수는 “역사를 변화시키고 전진시키는 첫 발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촛불을 나눠 밝히려는 권리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며 “민주공화국의 세상에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 611명 가운데 32.4%(198명)가 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교수들은 ‘군주민수’에 이어 ‘역천자망(逆天者亡)’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28.8%, 176명)했다.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추천한 ‘역천자망’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란 뜻이다.

이 교수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농단은 입헌민주주의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원리를 거스른 일”이라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가 추천한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가 18.5%(113명)의 지지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윤 교수는 “작은 이슬방울들이 모여 창대한 바다를 이루듯, 과거의 낡은 시대를 폐기하고 성숙한 공화정인 2017년으로 나아가는 한국 역사의 큰 길을 촛불 바다가 장엄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올해의 사자성어 최종 후보에는 공적인 일을 핑계로 사익을 꾀한다는 빙공영사(憑公營私), 사람이 많이 모이면 하늘도 이긴다는 인중승천(人衆勝天)등도 올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 대상 설문조사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2015년에는 세상이 어지렵고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