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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안 물러난 신격호 암울한 말로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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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2-05 00:39 최종수정 : 2016-12-26 11:18

두 자식 경영다툼 지켜보며 씁쓸한 퇴장
불편한 몸 이끌고 재판정 여기저기 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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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한국금융신문 김은지 기자] 맨손으로 시작해 연매출 90조,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군 재계의 거목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총괄회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한국 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에서 차례로 퇴임한 이후 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속속 물러나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현역에서의 은퇴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부산롯데호텔의 등기부 등본에서 제외됐다. 지난 18년간 몸담았던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온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43년만에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주요계열사 등기 이사직에서 차례로 퇴진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롯데와 롯데아이스, 롯데물산,롯데그린서비스, LSI, L투자회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연이어 내려왔다. 그는 롯데쇼핑과 롯데자이언츠, 롯데건설과 롯데알류미늄의 이사직 임기만료들도 앞두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연이은 퇴진으로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원 롯데’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반대편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해오던 상태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살핌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광윤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의 등기이사에서 해임한 바 있다.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28.1%)인 광윤사의 과반 주주(50%+1주) 자리를 활용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정면대결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8월 31일 신 총괄회장이 치매를 앓았다는 사실이 고려 돼 ‘한정 후견’ 이 지정됨에 따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진 것으로 결론났다. 이로써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분을 이용해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위한 무한주총을 소집하는데도 제동이 걸렸으며,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노환이나 질병 등으로 판단력이 약화돼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는 절차이다. 진료 기록 등에 의하면, 신 총괄회장은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 병원에서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한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치매 관련 치료약의 지속적 처방과 복용을 했으며, 조사관의 조사결과에서도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났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질병과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 지정으로 1년여 간 이어진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완전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 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 선정 직후 “즉시 항소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SDJ 측은 “신 총괄회장이 시종일관 성년 후견에 대하여 강력한 거부의사를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열린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건 항고심에서도 양측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29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지정사건 1회 심문기일이 열린 가운데, 신 총괄회장 측 대리인 등은 “재판부가 다음 재판에서 신 총괄회장을 직접 불러 건강 상태를 심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면서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인데다 본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출석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 청구인 측은 “1심을 뒤바꿀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고 똑같은 내용으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청구인 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 총괄회장을 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벗어나 쉬게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가운데, 신 총괄회장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신 총괄회장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약 1년 1개월간 비서실장을 4번이나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한정후견인 개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잦은 비서실장의 교체는 신 총괄회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이다. 또한 이들은 과거에 신 총괄회장을 보좌한 경험이 없는 만큼 수행 업무도 서툴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비서실장 뿐 아니라 신 총괄회장의 간병인 9명 또한 지난 10월 한꺼번에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노년이 씁쓸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여간 진행된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에서 탈세와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지난 10월 19일 4개월여에 걸친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가 종결됐으며 검찰은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임원 24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롯데일가 중에는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기소되며 총수 일가 중 5명이 법정에 서게 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신 총괄회장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서 씨와 신 이사장에 넘겼으며, 싱가폴과 홍콩 등지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수 천 억원대 의 증여세 납부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15일은 횡령과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 총수일가의 공판 기일이었으나, 이날은 향후 재판 순서등 공판을 준비하는 자리로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달 초 법적공방이 본격화되면 신 총괄회장의 법정 출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을 오가던 청년 신격호는 껌을 팔며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롯데의 설립 후 미군들에게 인기있던 풍선껌이 대박을 터뜨리며 현재 7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유통기업 롯데의 초석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1966년 롯데 알루미늄으로 시작해 1967년 롯데제과, 1973년 호텔롯데 등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해갔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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