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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사업 분사, 지주사 전환 신호탄
현대중공업이 15일 발표한 사업구조 개편안은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이하 현대로보틱스) △서비스 등 6개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순자산 기준 분할비율은 맏형 노릇을 하는 조선·해양·엔진 부문이 74%를 차지했고 로봇 15.8%, 전기전자 4.9%, 건설장비 4.7% 등이다. 그린에너지는 조선·해양·엔진 부문에서 현물출자(4200억원) 형태로 내달 1일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비스도 현대로보틱스(가칭)의 자회사로 현물 출자를 받을 예정이다. 조선부문이 여전히 주력으로 삼으면서도 각 사업별로 독립경영 시너지를 꾀한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업계에는 이번 분사는 지주사 전환의 포석을 깔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로보틱스와 권오갑 대표가 있다.
◇ 로보틱스에 캐시 젖줄 오일뱅크 매칭
현대로보틱스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몰아준 것은 미래 핵심 성장분야 투자동력 살리기와 더불어 조선·해양 부문 부채비율을 낮춰서 사업라인 견인력을 높이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7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에서 권오갑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사업재편, 미래전략에 집중한다고 밝힌바 있다.
20일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로보틱스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와 2조원의 부채를 동시에 넘겼다”며 “지난 5월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분사를 통한 부채비율 하락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부채비율 하락이 매우 중요했는데 그 방안 중에 하나로 지주사 전환을 꾀한 것”이라며 “자사주 처리방안에서 방법을 찾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조선·해양 강환구 엔진 ‘풀’ 가동
2014년 10월부터 현대미포조선 대표로 일하다 지난달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발탁된 강환구 사장도 현대중공업의 재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업구조 재편의 중심축은 조선·해양·플랜트 등 주력부문 경쟁력 강화에 성패가 좌우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현대미포조선 대표 시절 2014년 3조3653억원이던 매출액을 지난해 3조 7000억원으로 10% 정도 끌어올린 전력이 있다. ‘수주절벽’에 허덕이는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주목받는 까닭이다.‘수주 절벽’으로 불리는 업황 대기근은 지난 17일 올해 수주 목표 조정에서 기존 19억500만달러가 9500만달러로 밀리는 데서 실감나는 상황이다.
강 사장은 일단 내년에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보고 “‘수주절벽’ 해소를 위해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거듭 내놓고 있다.
◇ 대외 복합호재 살리면 대폭 개선
다행히 최근 유엔 산하의 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환경 규제 강화’, 파리기후협약 등으로 인해 노후선박 교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IMO는 오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친환경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선 제조에 글로벌 선두권으로 평가받는 현대중공업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제기구들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LNG선 등 친환경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LNG선 제조에 있어 높은 기술력을 가진 현대중공업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