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면세점 2차 대전에서 패퇴해 사업권을 잃은 ‘구세력’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패자부활전에 나선다. ‘신세력’으로 꼽히는 신세계와 HDC신라는 면세사업의 성장 동력 확보를 노리고 추가 출점에 의욕을 불태우고 나선 참이다. 지난해 7월 면세점 1차 대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 역시 면세점 신규 사업을 따내려 전력투구 중이다.
◇ 세계2위 도약 노리는 롯데, 권토중래?
지난 4일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롯데·SK네트웍스·신세계·HDC신라·현대백화점이 출사표를 던져 5파전 구도가 확정됐다. 대기업용 티겟은 고작 3장뿐이어서 둘은 반드시 탈락하게 된다. 업계에선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월드타워면세점의 부활과 24년간의 업력을 갖고 있는 SK워커힐의 재기가 유력할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차 대전은 롯데와 SK네트웍스에 치명상을 남기고 새로운 업자를 발탁하는 이변을 낳았다. 롯데는 소공동 본점 수성엔 성공했지만 월드타워면세점을 두산에 빼앗겨 분루를 삼켰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을 신세계에 내준데다 동대문 면세점 경쟁에도 실패해 24년 만에 면세점 무관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6월과 7월 신격호닫기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세계적 면세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라며 “세계 2위, 나아가 1위에 오르려면 월드타워점 재개장이 꼭 필요한 만큼 이번 특허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워커힐 리조트 스파’ 부활에 ‘사운’
지난해 11월 특허를 상실한 워커힐면세점은 도심과 떨어진 접근성에도 불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지난해에만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재기를 노리는 SK네트웍스는 SK가문 맏형인 최신원닫기

또한 ‘쿠쿠’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해왔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망 중소·중견 기업을 돕는 면세 매장을 구현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대규모 투자는 물론 그 이상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게 면세사업인 만큼 24년 운영역량을 확보한 우리가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창업회장이신 선친의 ‘관광입국’ 꿈이 서린 워커힐을 한국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몸을 바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SK네트웍스는 연면적 1만 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에 나선다. 우리나라 랜드 마크가 될 리조트 스파와 이에 걸맞은 면세매장 운영이 더해지면 워커힐 고유의 차별적 가치는 물론 매출과 이익 또한 업계를 대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규모의 경제’ 절실한 HDC신라·신세계
HDC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업계가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 의 지배를 받는 만큼, 면세점 수를 늘려 ‘바잉파워’를 확보할 속셈이다. 현대백화점은 유통공룡 중 유일하게 면세점이 없기 때문에 특허 획득이 그룹의 숙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내세워 입찰한 HDC신라면세점은 이번 특허획득에 성공할 경우 장충동 신라면세점과 HDC면세점 용산, HDC강남까지 서울시내 면세점 트라이앵글을 완성한다.
HDC신라는 밀레니엄 세대 젊은 중국 관광객 ‘싼커(散客)’들이 강남을 즐겨찾고 있고 이들이 IT 강국 코리아의 가치를 즐길 수 있는 면세점을 가꿀 계획이다. 국내 유통업 최초로 융합현실(MR)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삼성SDS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 등을 접목하려는 것이다. 신세계는 2강구도 대신 면세점 3강 구도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을 비롯해, 부산센텀시티와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이번에 따내면 서울 시내 면세점이 복수로 불어난다.
신세계는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인 강남 ‘센트럴 시티’에 면세점을 둘 예정이다. 인근 관광자원과 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명동권과 차별화하는 문화·예술·관광 허브를 구축해 랜드 마크 그 이상의 ‘마인드 마크’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 유통공룡 유일 신규진입이 숙원인 현대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유커 유치에 열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고배를 마신 뒤 1년 이상 면세점 TF팀을 가동며 와신상담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법인은 지난 9월 29일 중국 현지에서 17개 여행사와 함께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와 업계 3위인 CYTS를 포함해 상위권 17개 여행사와 손잡았다.
현대면세점은 서울 강남 코엑스의 핵심 유통시설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둘 계획이며, 30년간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해외 유명 브랜드와 입점과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MD 유치에 강점을 띈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표방하고 나섰다.
◇ 강남상권 상징성에 신·구 모두 ‘파부침주’
무엇보다 이번 면세점 대전은 강남 상권을 둘러싼 치열한 혈투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가까이 HDC신라면세점이 출점을 노리고 있는 것도 노른자위 상권 다툼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HDC신라면세점이 후보지로 정한 삼성동 아이파크 타워와 1km 거리를 두고 겨뤄야 한다. 5촌 사이인 정지선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정면 승부라서 관심을 끈다. 업계에는 “관세청이 현대가에 두 장의 면세점 티켓을 모두 주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또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영업 중인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중론이다.
관세청은 지난 4일 대기업 면세점 3곳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1곳의 특허 신청을 마감한 이후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12월 중순경 최종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