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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골 휘는 오락가락 주택정책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6-10-31 01:23

서민 등골 휘는 오락가락 주택정책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너무 많이 벌어도 안 된다.”

처음에 금융부 기자가 되고나서 은행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던 말이다. 은행이 지니는 공적 역할에 대한 은유로 생각했다. ‘이자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가계대출 성장 덕분에 3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은 ‘너무 많이 번’셈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만 해결되면 쓰지(소비하지) 말래도 다 쓴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서울 시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1877만원으로, 전고점인 2010년 3월(1848만원)을 넘어섰다. 국민주택 규모인 85㎡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4억8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지난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3㎡당 4000만원을 돌파하며 국지적 과열 현상도 빚어졌다. 고공행진하는 집값에 보통 월급쟁이로는 ‘은행님’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탄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주택금융의 현실은 확실히 실수요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높이는 모습이다. 급작스런 보금자리론 대출자격 강화가 그렇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이하 주금공)는 보금자리론 신청자격을 지난 19일부터 연말까지 변경한다는 내용을 14일에 홈페이지 공지사항으로 올려 대출 수요자들의 혼선을 초래했다. 대상 주택가격이 대폭 줄고(9억원→3억원), 대출한도도 급감했다(5억원→1억원). 기존에 없던 소득기준 제한(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 소득)도 생길 만큼 큰 변화였다. 19일 이전 보금자리론 ‘막차’를 타려는 수요로 나흘간(15~18일) 대출금액이 9월말까지 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의 20%에 달했을 정도다.

주택·분양시장 열기가 높긴 했지만 수요 예측이 잘못돼 실수요자 중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다는 지적이 높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보금자리론 누적잔액은 9조4192억원으로 올해 전망치(6조원)를 벌써 넘어섰다. 주금공은 지난해에도 보금자리론 예상수요를 6조원으로 봤지만 실제 대출 금액은 14조7496억원에 이르러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금융위원회는 디딤돌 대출, 적격대출 등 다른 정책성 모기지론 한도를 높여 대응하기로 했으나 혼란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저금리 시대라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조건도 만만하지 않다.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9월 기준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2.95%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6월(2.78%) 수준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평균금리를 높인 것은 가산금리였다. 은행들은 조달금리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고객별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를 더하는데 가산금리가 오르면 평균금리는 따라오르게 된다. 앞서 4개 은행의 단순평균 가산금리 수준은 6월 1.22%에서 9월 1.46%로 크게 상승했다. 고객들은 금리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덕분에 은행들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집 얘기를 꺼내면 생각나는 풍경이 하나 있다. 2011년 무렵 서울의 한 뉴타운 지구 취재에서 만났던 한 어르신 주민은 세를 주며 약값이라도 벌 수 있게 집을 허물지 말아 달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새 집은 필요 없다고, 새 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도 했다. 수 년이 지나 다시 집 얘기를 하려니 마음이 뭉클하다. 적어도 ‘내 집 마련’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정책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은 없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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