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자료 : KOTRA
◇ 독일, 정부 주도 배터리·구매 지원
유럽 국가들의 전기차 지원책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최근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등장하고 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 7월 전기차 구매지원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7월 2일부터 공식 신청이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순수 전기차에 총 4000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3000유로가 지원된다. 추가로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3억 유로의 지원금이 총 1만5000개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독일 정부의 행보는 생각 외로 더딘 전기차 보급이 원인이다.작년 독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신규 등록 수는 각각 2만5000대, 13만대에 불과해 오는 2020년 100만대 도입을 목표로 하는 독일 정부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 2009년 노후 차량 폐차보조금 지원 제도 당시 몇 일만에 15만건에 이르는 신청서가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행보다.
전기차 구매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독일 연방 경제에너지부는 전기차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관련 배터리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 전지 셀 부속품부터 배터리 장착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다. 독일 정부는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3억유로 이상을 지출했으며, 새로운 배터리 개발을 위해 헬름홀츠 연구소와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협업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스페인, 유럽 생산 2위… 헝가리·오스트리아 주목해야
스페인도 독일 못지않은 유럽 전기차 생산 기지다. 현재 5개 전기차 모델이 스페인 생산 공장에서 제조(르노 Twizy, 시트로엥 Electric Berling, 푸조 Electric Partner, 벤츠 Electric Vito, 니산 e-Nv 200)되고 있으며, 제조된 차량 90% 이상은 북·중부유럽, 이스라엘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3만여대가 생산돼 독일에 이어 유럽 전기차 생산 2위다.
오스트리아·헝가리도 주목해야할 전기차 시장이다. 오스트리아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814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가 3.0%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뿐만 아니라 잇단 신 모델 출시로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들의 니즈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헝가리 전기차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가속되고 있다. 작년 헝가리 등록 전기차는 130대로 전년(39대) 보다 233.3% 급증했다. 이는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른 성과로 헝가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등록대수 5만대’를 목표로 인프라 확충(전기차 충전소 설치 주력)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공공 주자창 주차비·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도심 버스차선 이용 등 인센티브도 제공 중이다.
◇ 여전히 1위는 중국
유럽의 전기차 고속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1위는 중국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2만2678대로 미국(6만4057대)·노르웨이(2만2461대)·프랑스(1만8631대)·일본(1만2846대)·독일(1만677대) 등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작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34.4%로 2위인 미국(20.9%) 보다도 약 15% 높다.
한편, 전기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중국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최근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서 삼성SDI와 LG화학이 탈락했다. 현지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