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H&A 사업본부는 성수기를 맞아 2분기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반면, MC 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전략스마트폰 G5의 판매 기대치가 예상보다 높지 않아 2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 잘 나가는 가전…발목잡는 스마트폰
조성진닫기

H&A사업본부의 선전에는 트윈워시 세탁기, 얼음정수기 냉장고 등 프리머엄 제품과 시스템 에어컨 등 B2B사업의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 LG전자의 초프리미엄 통합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는 당초 예상치의 2배 이상 판매되며 높은 수익성을 안겼다.
에어컨 등 가전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며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H&A사업본부의 호실적에는 지속적인 원가경쟁력 개선과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H&A사업본부는 LG 시그니처를 선두로 트윈워시 세탁기, 스타일러 등 시장 선도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높은 성장세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빌트인 주방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B2B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2014년 말 MC사업본부 수장에 오른 조준호 사장은 4분기 연속으로 쓴맛을 다실 위기에 처했다. 조 사장은 2000년대 LG전자 휴대폰을 세계 1위로 이끌었던 ‘초콜릿폰 신화’를 쓴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 MC사업본부는 2022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3분기 연속 적자다. 2분기 역시 같았다. 2분기 실적은 가전과 TV사업이 실적을 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MC사업본부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MC사업본부 매출액은 G5의 초기 공급차질로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매출 확대로 이어가지 못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3조3258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마케팅 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1535억원의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2500만대 가량 팔리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 효과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총 1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 가운데 절반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에서 나왔다. 반면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LG전자의 모듈형 스마트폰 G5는 초반에 낮은 수율로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다. 출시 직후 1만5000대에 달했던 G5의 일일 판매량은 최근 4000~5000대까지 떨어졌다.
◇ 믿었던 G5, 뼈아픈 부진
조 사장이 부임후 LG전자에서는 G4, V10 등의 제품이 출시됐지만 제품개발 초기부터 조 사장의 의지가 제대로 투영된 제품은 G5였다.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세계 최초로 모듈타입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일체형 제품들의 한계로 지적된 ‘확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G5와 함께 공개된 주변기기들 역시 참신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사장은 “LG 모바일만의 팬덤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초기반응과 조 사장의 자신감은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출시 초기 낮은 수율로 인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고, 모듈 타입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주는 만족도가 높지 못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주변기기들과 차기모델과의 호환 여부에 대한 더딘 피드백도 G5 구매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이르면 9월 V10 후속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중으로 선보이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9월에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7 등 프리미엄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삼성전자, 애플 신모델 출시를 고려하면 MC사업부문의 스마트폰 판매 증가, 흑자전환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휴대폰 사업 매각 관련 소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근거없는 얘기”라는 반응이지만 그만큼 휴대폰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불안하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는 조직과 인력 축소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돌입한 상태다. 당장의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오아름 기자 ajtwls070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