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가 한달 여 이상 지속되고 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오너가가 수사 선상에 오르는 등 수사가 중반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지난달 10일 검찰은 수십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대대적인 롯데그룹 압수수색에 나섰다. 6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 4부는 롯데그룹의 정책본부를 비롯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의 계열사·임원들의 자택의 수색했으며, 대상에는 신격호닫기


수사가 중반부로 접어든 7월 7일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인 신 이사장을 롯데 총수 일가 중 최초로 구속했다. 신 이사장에게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매장관리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0억 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다음날인 7월 8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회장 부자가 3000억 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이유로 출국금지 당했다.
검찰은 신 회장의 최측근이자 롯데의 핵심 인물인 이인원 정책본부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소진세 대외협력 단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3인방을 먼저 조사한 뒤 신 회장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된다. 현재 이 본부장 등은 출국금지 돼 소환 일자의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귀국 후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집무실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은 출국금지 소식이 알려진 8일도 별다른 동요 없이 현안을 검토하고 주요 임원들과 함께 검찰 수사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검찰 수사에 맞서 김앤장과 태평양·광장 등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구성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 비자금 의혹에 대응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미국 액시올사 인수 계획 철회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그룹은 미국 액시올사의 인수 철회를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통하여 부족했던 Chloro-Alkali 사업과 미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 하였으나, 최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 경쟁에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액시올사 인수 배경을 “앞으로 회사의 중요한 글로벌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 설명했으며, 롯데케미칼이 영위하고 있는 올레핀 및 아로마틱 사업영역을 클로르 알칼리및 PVC 등의 유도체 사업까지 확대함으로써 보다 다변화된 제품 포토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될 전망이었다.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은 6월 11일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나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신영자 리스크’ 인한 호텔롯데 상장 불발
호텔롯데 상장을 기점으로 롯데의 ‘일본 기업 논란’을 불식시키고 신동빈의 ‘원 롯데’를 확고히 하려던 신 회장의 숙원도 불발됐다. 지난해 8월,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계열회사의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신 회장은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했던 호텔롯데의 지분율이 98%에서 65%까지 떨어지는 만큼, 이번 공모가 흥행할 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신 회장과 롯데그룹으로서는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 그룹의 주력 부문인 호텔ㆍ면세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6월 13일 롯데는 결국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호텔롯데의 상장은 6월 29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같은 달 2일 검찰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국면이 전환됐다. 검찰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에 30억원대의 로비를 벌인 정황에 집중했다.
◇신 회장, 10년 공들인 일본 투자설명회 전면 취소
신 회장은 7월 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투자설명회를 전면 취소했다. 롯데의 일본투자설명회는 일본 현지 주요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을 초청해 투자를 유치하는 자리이다. 10년간 일본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매년 신동빈 회장이 참석해 롯데의 그룹 현황과 미래 비전을 소상히 설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 10일 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며 그룹 정책본부의 핵심참모진인 이인원 정책본부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 황각규 운영실장 등의 발이묶였다.
롯데 수뇌부가 출국금지 되면서, 이들이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일본 중요 투자자들을 직접 맞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롯데는 75개 금융·투자 기관을 초청해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 총수일가 최초 구속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40년간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쇼핑·대홍기획 등 롯데 주요 계열사의 등기 이사로 그룹 경영에 관여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7일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신 이사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 사실이 소명되며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장과 매장관리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0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과 매장 재배치 청탁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 소유의 회사인 BNF통상을 통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BNF통상은 신 이사장인 장남인 장모씨가 지분을 100% 갖고 있지만 사실상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이다.
신 이사장에게는 BNF통상을 통해 회사 돈 4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신 이사장의 세 딸은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업체의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배당금이 아닌 급여 명목으로 40억 원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격호-신동빈 부자 출국 금지
7월 8일 검찰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00억 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이유로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횡령·배임 규모를 3000억 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백억 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도 포착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놓고 200억 원대의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급 했다. 검찰은 이 돈이 해외 비자금이라 추정 중이며, 신 총괄회장 부자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6월 28일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을 통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일본 주주들의 반대로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이에 검찰은 “소명자료 제출 불가가 유감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 신 회장의 결단만 있으면 일본계열사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계열사를 통해 300억 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조성·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로비금 조성의 진원지‘롯데케미칼’
7월 9일 롯데케미칼이 국가를 상대로 세금 270억여 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전 재무이사였던 김 모 씨가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검찰이 지난달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조사한 이후 그룹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진 일은 처음이다.
김 전 재무이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롯데케미칼의 허위 자료를 근거로 세금 환급 소송을 냈다. 이를 통해 법인세 220억 원을 비롯한 270억 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시기는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대표를 맡고 있던 때다. 검찰은 김 전 재무이사의 세금 탈루 과정에 있어 신 회장의 개입 여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의 고정자산 1512억이 장부에만 기재된 허위 내역이라는 점을 알고도 감가상각 등을 해달라며 행정심판과 행정 소송을 냈다. 검찰은 김 전 재무이사에 조세범 처벌법을 적용했지만 실질적으로 롯데케미칼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사기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마저 로비 정황 ‘첩첩산중’
롯데홈쇼핑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롯데홈쇼핑의 채널 사용권 재승인 로비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는 12일 오전 10시 강 대표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에 2018년까지 3년간의 채널 사용권을 재승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재승인 심사를 앞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강 대표를 비롯한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롯데홈쇼핑 압수수색에서 9대의 대포폰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로비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속칭 ‘상품권 깡’이 동원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재승인 전후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급여를 부풀리는 방식과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속칭 ‘상품권 깡’으로 로비 자금 조성에 나섰다는 증거를 확인했다.
검찰은 강 대표를 상대로 로비 자금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의 혐의와 대포폰 사용과 관련한 지시와 보고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당시 재승인 심사에 관여한 미래부 공무원들은 세부 심사 항목과 배점이 기재돼 있는 대외비 문건을 롯데홈쇼핑에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