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신탁을 포함한 국내 예금은행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순증규모는 17조8000억원이며 이중 소호대출은 8조6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48.3%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1~5월 소호대출 순증액이 6조5000억원으로 전체 중기대출(17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9%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비중이 커진 것이다.
2015년 1~5월 소호대출 순증액도 전체 중기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2016년 같은기간(48.3%)보다 작았다. 비록 지난해 소호대출 순증액의 절대액이 올해보다 높았지만 추세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은 “올해 들어 중소기업 대출 순증규모는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중소개인 소호대출 비중은 확대됐다”며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등 은행권의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비중에서 소호대출이 차지하는 규모는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소호대출은 차주의 신용평가가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주로 담보설정을 하는데, 이로 인해 대출의 안정성은 높아 은행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공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 3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중 소호대출이 4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소호대출도 34조4580억원과 30조7120억원으로 2015년 3월말보다 각각 11.2%, 12.5%씩 늘었다. KEB하나은행의 소호대출은 29조3060억원으로 1년 만에 23.20%나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자체 자본조달이 용이하고 유동성이 풍부해서 은행이 영업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뛰어든 뒤 이제 시중은행들의 노하우가 10여 년 사이 많이 쌓여서 은행들 간에 영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호대출이 보통 중소기업 대출의 일부로 분류되고 있으나,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면 모두 속하기 때문에 가계부채와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소호대출로 마련한 자금을 생활비로 쓰는 경우에 가계부채로 잡히지 않아 가계대출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해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관된 법적기준이 없어서 은행마다 소호를 구분하는 기준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호는 중소기업과 가계 사이에 위치하는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기업 자산규모, 여신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등에 따라 개별 은행 별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소호대출을 분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대출받은 사람(차주)의 기업성 가계여신과 기업여신 잔액이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를 ‘소매형 소호’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기업자금 여신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기업형 소호’로 보는데 그렇다고 모두 법인사업자는 아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매출액이 600억원 이하면서 기업 익스포저가 10억원 이하 중에서 최근 결산기준 총자산 5억원 이하 법인, 총자산 2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 미기장 개인사업자 세 항목 중 하나를 만족하면 소호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 또는 총자산 20억원 이하 영리법인을 소호로 분류한다. IBK기업은행은 총자산 10억원 미만, 총 익스포저 5억원 미만인 개인사업자 중에서 은행이 정한 소호 대상업종을 운영하는 경우 해당된다. KEB하나은행도 개인사업자 등록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을 소호로 분류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담당 은행 관계자는 “차주는 동일한데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중 어느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출의 리스크를 높게 또는 낮게 볼 수 있어 통계적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소호대출을 받은 차주의 직업, 법인 여부 등 성격에 따라 대출 리스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소호대출이 실제 가계부채를 축소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마진률이 0.01~0.02%포인트 가량 높은데다 대출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은행들의 소호대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상황이 악화되어 소호대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가계대출 관리에 적신호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은행 소호대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이 소호 관련 영업을 담보대출 중심으로 하고있는 것은 소호 업종들이 대체로 경기에 민감해서 부도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16년 1분기 서비스 자영업 경기동향 분석’ 자료에서도 도·소매, 숙박·음식 등이 포함된 KB카드 개인사업 가맹점 197만개를 대상으로 산출한 올해 1분기 KB 소호지수는 118.6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1% 상승했지만, 2015년 4분기와 비교하면 4.4% 하락해 서비스 자영업이 다소 위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은 포함되지 않은 통계 수치로 소호대출의 경기 민감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최근 몇 년 사이 증가세가 확대됐고 일부 가계부채와 중복되어 있는 염려도 있어 금융당국과 은행 공동조사 등으로 대출현황과 여신심사 실태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