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조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이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고 현업에서 물러난다. 김한조 부회장은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닫기


외환은행의 25대 마지막 은행장인 김한조 부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행장에 취임했고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서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30여년 넘게 근무한 ‘정통 KEB맨’으로 소탈한 성품을 갖췄으며 외환은행 직원들에게는 ‘맏형’과 같은 존재다.
한때 강력한 통합은행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김한조 부회장이지만 통합 이후 결국 1년도 안 돼 옷을 벗게 됐다. 하나은행장 출신인 김병호 부회장이 지주 사내이사로 편입된 것과 비교해 그의 퇴진을 바라보는 옛 외환 내부의 분위기는 다소 씁쓸하다.
외환은행 출신의 한 직원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외환은행의 마지막 행장이 떠나신다니 가슴 한 켠이 먹먹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김한조 부회장은 2014년 3월 사실상 ‘조기 통합’의 소명을 안고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김 부회장이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100여 일이 지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판도라의 상자’인 조기통합론을 꺼냈다. 이후 김한조 부회장은 상실감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추스르는 한편 외환은행 내부의 통합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조기 통합에 반대하던 외환 노조와 격렬한 마찰을 빚었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조기 통합이 외환 노조의 통합중지 가처분 신청에 막히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은행원의 꿈인 은행장에 올랐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한조 부회장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형은행의 한 임원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해에도 통합을 하지 못했다면 올해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후배들을 위해 어렵지만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김한조 부회장과 마찰을 빚었던 외환은행 노조 측은 “직원으로서는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노조 차원에서 언급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