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이날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4%까지 인하해 미국, 중국, 일본 등 4대 경제대국 중 가장 낮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뜨렸다. 0.05%이던 기준금리도 제로금리(0.00%)로 낮췄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월 매입액 한도도 현행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33% 늘렸다. ECB의 이 같은 조치는 디플레이션 방어와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3개월 만에 다시 추가 인하하면서 각국의 마이너스 금리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같은 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도 향후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에 0.25% 포인트 내린 이래 9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논거로 해외에서는 금리를 올린다는 점과 가계부채 문제를 들고 있지만 해외 금리 상황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수출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세계 통화정책이 거꾸로 움직이면서 한국은행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투자은행 가운데는 ANG,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ING, UOB, 노무라, 도이체방크 등이 올해 2분기에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00∼1.25%로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ECB의 금리인하로 각국의 마이너스 금리 경쟁이 심화되면 각국의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금의 쏠림이 강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ECB의 금리인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은 약화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효과와 유로존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만큼 한국 수출기업 호재로 작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ECB의 추가 통화 완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ECB 회의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한다.
마이너스 금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가지 않던 길을 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은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가늠하기가 불투명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정부나 중앙은행 등 정책 당국자들의 통찰력 있는 정책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