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교보빌딩도 봄 옷으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60307124154148699fnimage_01.jpg&nmt=18)
이번 글판에는 최하림 시인의 시 ‘봄’에 나오는 구절이 실렸다.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 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7일 본지 카메라에 글판과 함께 세월호 침몰 2주년을 한달여 앞두고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이 잡혔다. 세월호에는 아직 찾지 못한 9명의 시신이 있다.
앞서 지난 겨울 교보빌딩 글판에는 폴란드의 여성 시인이자 번역가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집 ‘끝과 시작’에 수록된 그의 시 ‘두 번은 없다’에 나오는 구절이 담겼다.
다음은 봄 전문.
봄
최하림
영화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 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 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저너번 일들이
조금 마음이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봐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