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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우롱하는 미국은행의 교훈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3-07 00:11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소비자 우롱하는 미국은행의 교훈
[한국금융신문]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미국 금융소비자들은 거래하는 은행의 당좌계좌 업무처리 관행을 아주 꼼꼼하게 살펴야 하겠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시티은행과 거래하는 레무스(Angelina Lemus)라는 여인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당좌계좌에서 매월 96달러가 없어지는 이유를 몰랐다가 최근에 알게 되었답니다. 발행한 수표금액이 당좌계좌의 잔고보다 많아 초과인출(overdraft)이 일어나면 시티은행이 대출을 해주는데 이 과정에서 이자와 이런저런 수수료가 발생한 것입니다.

레무스는 이런 내용에 서명한 적이 없어 수시로 대출을 받고 있는 지도 몰랐는데, 대출 원금, 이자, 수수료 등으로 누적 부채가 3,400달러나 되어 그녀의 신용점수를 깎아먹고 있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레무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 미국인이 수백만명이나 된다는 것이지요. 시티은행은 레무스가 선택했고 매월 명세서에 대출 잔액도 표시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은행에 비하면 금액이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은행들은 고객의 당좌계좌 잔고가 부족하면 대개 35달러의 초과인출 수수료를 징수한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일련의 대표소송(class-action)에서 은행의 숨겨진 업무처리 관행이 하나 드러났습니다.

결제금액이 부족할 때는 금액이 큰 건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인데, 이유는 극히 단순합니다. 1달러가 부족하든 10달러가 부족하든 당좌계좌 잔고가 부족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 때문입니다. 1달러가 열 번 부족할 때의 총 수수료는 100달러가 한 번 부족할 때에 비해 열 배나 되는 것이지요. 2009년 9월에 뉴욕타임스는 하루에 수백 달러의 초과인출 수수료를 물게 된 고객의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은행들은 금액이 큰 결제가 중요한 결제이므로 먼저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찜찜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당시 여러 건의 대표소송에서 은행들은 총 11억 달러 이상을 지불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다만, 그런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는 합니다. 당좌계좌 개설신청서에 작은 글씨로 써서 말이지요.

2010년에 감독당국은 소비자들이 초과인출 수수료를 낼 것인지 또는 해당 거래를 거절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했지만 은행들은 “초과인출 보호” 또는 ”선택적인 초과인출 보호 서비스“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합니다. 척 보기에는 투자자를 초과인출에서 보호한다는 의미 즉, 해당 거래를 거절하고 초과인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은행들에게 초과인출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서명입니다. 은행들의 이런 행태의 목적은 물론 푼돈 모아 목돈 만들기입니다.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들은 작년에 초과인출 수수료로 110억 달러(약 13조4천억원)를 벌어들였는데 전체 이익의 8%나 차지한답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ATM이나 직불카드 거래에서 발생한 초과인출 수수료는 약 200억 달러(약 24조3천억원)였고 2006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분석에서는 초과인출 수수료 전체는 은행 저축계좌 서비스 수수료 수입의 약 75%, 비이자 수입의 25%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일부라도 줄기는 했습니다.

초과인출이 발생했을 때 부족한 금액을 충당하는 방법이 또 한 번 기겁하게 만듭니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주는데 시티은행은 이자가 연 18.25%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에는 엄청난 이율이지요. 필요한 만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티은행은 대출금이 100달러씩 늘어납니다. 단 1달러가 부족하더라도 100달러를 대출받아야 하고 연 18.25달러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2006년 FDIC 분석에 따르면 직불카드 거래에서 초과인출 금액의 중간값(median)은 약 20달러였으나 수수료의 중간값은 약 27달러였습니다.

게다가 초과인출 시 대출을 받겠다는 내용이 대개 당좌계좌 신청서에 슬쩍 끼어 있어 레무스의 사례처럼 별도의 서명을 받지도 않으며, 대출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서 알아채기도 힘듭니다. 무엇보다 압권은 시티은행이 만기일이 이틀 지나 대출금을 인출하면서 연체수수료 25달러를 받은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무딘 소비자라도 모를 수가 없고 감독당국도 좌시하지 않았을 텐데 싶지만 어쨌든 이랬답니다.

초과인출 규제처럼 정책을 시행할때도 행태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사람”의 실제 모습을 직시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면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내용을 공시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이 공시된 내용 전체를 찬찬히 따져볼 시간도 없지만 시간이 있더라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규제에서 1회성 초과인출에는 원칙적으로 수수료를 붙일 수 없지만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이 그와 다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인정했는데,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의한 것으로 되지 않았을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공식품 포장지에 표시되는 영양 성분의 1순위를 탄수화물에서 나트륨으로 바꾸어서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랍니다.

이제는 영양 결핍에 대한 우려보다 WHO 세계보건기구의 권장량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나트륨 섭취량이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지요. 얼마 되지 않은 정보라도 배치순서를 바꾸려는 점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은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으니까요.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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