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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경총회장 “연장근무 없애고 생산성 높여야”(전문)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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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18 11:46 최종수정 : 2016-02-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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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일 조선호텔에서 제39회 최고 경영자연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병원 경총 회장은 “과도한 연장근무를 없애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장시간 근로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50%라는 높은 연장근무 할증율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몇 년 째 최장시간 근로국가에 생산성 최저라는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경총 경영자연찬회 개회사 전문이다.

제39회 경총 연찬회에 참석해 주신 전국의 최고경영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기업과 가정에 평온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 경제는 출발부터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였고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악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용 창출도 부진하고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작년에 어렵게 이끌어 낸 “노동시장 구조개혁 노사정 합의”도 입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까지 더해져,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경총 연찬회가 『안개 속 한국경제, 등대를 찾아라』라는 제목 하에 새로운 비젼과 실천적 해법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저는 개회사의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노동개혁의 실천적 방안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노동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개혁은 경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취업 청년을 포함한 근로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미취업 청년들과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90%의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노조와 대화를 소홀히 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노조와의 합의나 입법이 워낙 어려우니 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취지입니다.

최고경영자 여러분, 쉬운 해고나 임금삭감을 수반하는 노동개혁은 현 시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기 바랍니다.

경영자의 부담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제하고 근로자들 간에 일자리와 임금의 배분이 더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실현가능성이 높은 노동개혁안을 찾아 낼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1년부터 “고용 우선의 경제 운용”을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서비스업과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경총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이것만으로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경총은 노동개혁의 수혜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일자리 진입의 장벽을 제거하고 일한 만큼, 성과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에 경총의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최고경영자 여러분! 먼저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 개편”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법정정년 60세가 시행되었습니다. 법은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임금체계 개편”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도기적 임시방편일 뿐, 법이 요구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아닙니다.

정년 연장을 법대로 했으면 임금체계 개편도 법대로 해야 합니다.

국회가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조차 이루어내지 못 한다면 장차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직무가치와 성과가 반영된 임금체계가 정착된 국가들은 정년제도 자체가 없습니다. 임금을 생산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가능하기 때문에, 일할 능력이 있고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를 굳이 억지로 내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고의 필요성도 최소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의 79.7%가 능력과 성과와는 무관하게, 나이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30년차 근로자와 1년차 근로자의 임금차이가무려 3.13배에 달합니다. 연공급형 임금체계는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부담으로 태만한 근로자가 이익을 보는 공정하지 못한 제도입니다. 직무급, 성과급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유연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법이 요구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또는 공정한 인사평가제도의 미비 등 각 기업의 여건상 이유로 일시에 모든 사업장에서 같은 속도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경총은 임금체계 개편을 단계적, 점진적, 부분적으로라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이번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 장시간근로를 축소해 나가면서, 그만큼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몇 년 째 최장시간 근로국가이며 생산성은 최저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50%라는 높은 연장근로 할증률은 사용자들이 근로자들에게 함부로 초과근무를 시키지 못 하려는 취지였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를 소득증대의 수단으로 생각해서 오히려 연장근로를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합니다.

지금 현안이 되어 있는 휴일근무에 대한 중복할증은 이런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연차휴가도 사용률이 57.8%에 불과할 정도로, 여가보다는 수당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해고법제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은 일감이 늘어나도 채용을 확대하기 보다는 연장근로를 시키는 것이 더 쉽고 간편하다는 것도 원인입니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근로자도 경영자도 아닌 취업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입니다. 과도한 연장근로는 일자리를 원하는 젊은이들로부터 취업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사 모두가 연장근로를 최소화하고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경총은 할증율을 선진국 수준인 25%로 개선하며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게 하고, 미사용에 대해서는 금전보상을 금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법제의 합리화를 추진하겠습니다.

근로자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제도의 틀도 개선하여야 합니다.

근로자마다 제각기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자신이 원하는 근로조건을 선택조차 할 수 없다면, 이를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직이라도 안정적으로 계속 일하고 싶은 기간제 근로자들, 파견허용 업무의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청년 구직자들은 단체협약에 정해진 과도한 근로조건이 기업이 채용을 꺼리는 이유라면, 좀 낮은 조건으로라도 좋으니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근로조건을 획일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우리 법제는 이런 융통성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개별 근로자의 선택권을 좀 더 폭넓게 허용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최고경영자 여러분!

임금을 나이로 산정하는 연공급형 임금체계와 신규채용을 막는 장시간근로가 유지되는 한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생기기 어렵습니다. “공정한 임금”, “공정한 기회보장”을 의미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데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요즘 청년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것이 비현실적인 구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평생고용의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청년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받지 않고,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라도 공정하게 부여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할지라도,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기 위해서 공정하고 유연한 임금체계를 구축한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셔야 할 분들이 바로 여기 계신 최고경영자 여러분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연찬회가 자원수출국의 경기부진, 중국경제의 하강, 유가 하락 등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최고경영자 여러분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귀중한 시간을 내어 자리를 빛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개회사를 갈음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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