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사들이 중국 제조사들과 손잡는 이유 중 하나로 ‘제품 출시 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은 이미 국내 시장에 자리를 확고히 지키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제조사들이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통사의 요구 조건을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중국 폰을 들여와 중저가폰 라인업을 늘리는 반면, KT는 중국 제조사와의 작업을 꺼리고 있다. 앞서 KT는 2014년 9월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 계획이 없음을 공개 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당시 강국현 KT 마케팅 전략본부장은 “중국산 단말기 출시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후 국내에서는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이통시장의 환경은 급변했지만 KT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아직까지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도가 높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KT는 중국 폰을 출시하지 않는 대신에 공시 지원금을 높게 지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KT는 갤럭시 A5, A7, K10 모두 경쟁사보다 높은 지원금 혜택을 제공하며 가입자 유치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달 초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KT는 갤럭시 A5, A7에 최대 31만7000원(LTE 데이터 선택 999)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이는 추가 지원금을 뺐을 경우 SKT에 비해 1만7000원, LG유플러스에 비해 13만6000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K10 역시 KT는 최고 27만5000원(LTE 데이터 선택 999)을 지급,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대비 각각 3만5000원, 7만4000원을 더 많은 혜택을 줬다.
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객들이 성능 좋은 국산 폰을 부담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라며 “지원금의 경우 1주일 단위로 바뀔 수 있고, 단말기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면 단통법 제한에서 풀리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ajtwls070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