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얼, GE 인수…시너지 낼까?
하이얼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0.2%로, 6조5000억원에 GE의 가전 부문을 인수했다. 중국 가전 기업이 해외에서 인수 합병한 규모로는 최대다. 종전 하이얼은 상대적으로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브랜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인수합병으로 저가 가전업체의 이미지를 벗고 선진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진단했다. 다만, 하이얼의 인수에도 불구하고, 제품은 GE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하이얼은 GE 가전 사업부 인수 합의로 북미시장에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를 단숨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렉트로룩스도 GE 가전 사업부 인수를 시도했으나 미국 반독점 감독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국내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얼이 두가지 측면에서 GE 인수 시너지를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북미시장에서 GE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얼은 그동안 주로 중저가 제품을 수출했는데 GE 브랜드를 붙이면 고급시장에서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GE가 강점을 지닌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가전 등에서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얼의 또 다른 전략은 자국인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GE 브랜드를 갖고 유턴(U턴)하는 방안이다.
◇ 삼성·LG, 하이얼 GE 인수에 ‘여유?’
업계에서는 하이얼 발(發) 가전시장 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고 있다. 당장 GE의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GE는 지난해 1~3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14.6%로, 1위 월풀에 이어 2위였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선 것으로, 하이얼 점유율(1% 수준)을 합치면 1위까지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종전 중국 기업이 반도체나 스마트폰 사업에서 구사한 전략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가전부문 성장세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고급 전략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도 “조성진 사장이 말했듯이 북미 시장에서 LG가 GE보다 훨씬 더 좋은 브랜드로 인식돼 있고 판매를 비롯해 영향력 면에서도 LG가 낫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아름 기자 ajtwls070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