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여성 시인이자 번역가인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집 ‘끝과 시작’에 수록된 그의 시 ‘두 번은 없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계절마다 걸리는 현수막에 오른 쉼보르스카의 시와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천막, 서울 시민의 기부 현황을 알리는 ‘사랑의 온도계’가 동시에 본지 카메라에 잡혔다.
세모에 우리 삶을 다시 되돌아 보게하는 풍경이다.
다음은 시 전문.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 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 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