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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월가 개혁 필요성이 없어졌을까?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5-12-28 00:16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이제는 월가 개혁 필요성이 없어졌을까?
[한국금융신문]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유화’하는 월가 개혁 시스템 위기

지정 금융회사들, 엄격한 감독 불편으로 SEC까지 동원해 기피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2010년 7월에 「도드-프랭크 월가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이라는 긴 명칭의 법률을 제정해서 폭 넓은 금융개혁조치를 추진했습니다. 비록 제정된 지 만 5년이 지났음에도 세부 규정들의 제정이 지연되면서 법의 실효성이 일부 비판을 받고 있지만 2010년에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설립되는 등 이미 추진된 내용도 많습니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의 설립도 동법에 따른 개편 내용 중에서 핵심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업종별로 감독하는 체제다 보니 장외파생상품 등에서 금융 감독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요 원인의 하나라는 판단에 따라 금융감독기관들의 협의체를 구성한 것입니다. 좌장은 재무부장관이 맡고 연준(Fed),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10개 감독기관이 참여하는 FSOC의 중요한 기능은 “금융시스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회사”(SIFI)를 지정하는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당시 초대형 금융회사들의 파산이 가시화되자 금융시스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해서 국가 재정에서 그 회사들에게 구제 금융을 제공하였습니다. 비록 피치 못할 선택이었지만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유화”라는 비판이 심해지자 이러한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를 예방하고자 SIFI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SIFI로 지정되면 매우 엄격하게 감독을 받게 되니 해당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럽겠지요. 해당 금융회사의 감독기관도 우호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FSOC가 작년에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SIFI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산운용업계의 감독기관인 SEC까지도 적극 반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FSOC가 은행 외에 보험회사 3개를 SIFI로 지정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에 연방 차원의 보험감독기관이 없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입니다.

금년 5월에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Bank Committee) 셸비(Richard Shelby) 위원장이 173쪽이나 되는 「2015년 금융규제개선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 법에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만 SIFI로 지정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자산요건을 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로 무려 열 배나 높이는 조항도 있습니다. 즉, 이 법안이 통과되면 SIFI 지정 대상이 되는 금융회사가 대폭 줄어들게 되어 월가 개혁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그간 기회를 노리던 월가가 금융개혁을 본격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입니다.

지난 11월 16일에 블룸버그는 월가가 로비로 지출한 금액으로 추산컨대 월가가 전투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으며 금년 12월이 월가가 금융규제를 과거로 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무위로 끝나기는 했지만 작년에 FSOC가 자산운용사를 SIFI로 지정하려 했던 것이 월가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을 테고, SIFI로 지정된 금융회사 중 아직 해제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월가의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겠지요. 금년 3월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도드-프랭크법이 ‘캘리포니아 호텔’을 만들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는데, 1960년대 팝그룹 「이글스」(Eagles)가 부른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의 가사에 ‘당신은 이 호텔을 떠날 수 없다’는 내용을 빗댄 것이지요.

그간에도 수시로 월가의 로비에 막혀 도드-프랭크법의 세부 사항들이 유보되었지만 이번에는 금융개혁을 거의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슈라서 미국 정부도 매우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말에 류(Jacob J. Lew) 재무부장관은 블룸버그에 「월가 개혁 약화의 위험성」이란 칼럼을 게재해서 금융위기 이후 FSOC나 CFPB의 설립 등 미국에서 이루어진 금융개혁의 긍정적인 성과를 감안할 때 그러한 기관들이 없었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음에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바로 그 때로 돌아가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더욱이, 그들이 예산(안)과 관련해서 의회가 통과시켜야 하는 법률에 그런 내용을 슬쩍 끼워 넣어서 아무도 모르도록 비밀리에 처리하려 할 뿐 아니라, 법안 내용의 대부분이 미미한 개선이거나 기술적인 수정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데 실상은 그들 대부분이 중요한 내용이어서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시스템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셀비 법안 내용이 아니지만 도드-프랭크법의 개혁내용 중에서 “중개인(broker)에 대한 신인의무 적용“도 논란이 큰 사안입니다. 미국은 자문업자에게 중개인보다 무거운 「신인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지는 자문업자는 고객에게 비용이 가장 저렴한 상품을 소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반면에, 중개인은 적합한 여러 상품 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될 뿐이어서 두 책임 간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도드-프랭크법은 SEC에 중개인과 자문업자 간 규제 차이를 없앨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2011년에 SEC는 규제 차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월가의 적극 방어 때문인지 이후 수년 간 지지부진하였습니다.

올해 2월에 백악관에서 이해상충이 있는 상담 때문에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개인퇴직연금(IRA)에서만 80억 달러(약 9조 3,340억 원)에서 170억 달러(19조 8,560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재부각되었고, 4월에는 노동부(Department of Labor)가 퇴직계좌에 대해서는 동등하게 신인의무를 부여한다는 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규정 내용이 확정되지 못하였으니까 반대가 얼마나 맹렬한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월가와 입장을 공유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월가의 저항이 드세졌을 수도 있겠지만 「포춘」(Fortune)은 금융감독기관들이 미국 국민들보다 금융회사들이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5월 말에 연준이 발표한 미국 가계의 경제적 복지 보고서나 FSOC의 2015년 연차보고서에 제시된 통계를 보더라도 미국 가계는 아직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저금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인데도 FSOC는 저금리를 주의해야 하는 중요한 위험 요인의 하나로 보았답니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수익성을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수장을 대리하고 있는 맥더넛(Tracey McDermott)은 지난 10월 22일에 시장 공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경제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방심하게 되는 위험”과 “과거의 교훈을 잊어버리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규제”-“탈규제”-“반복”이라는 사이클을 깨야 지속가능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생각이 현재 규제 쪽에 있는 시계추를 너무 빨리 반대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의회 그리고 금융감독기관들이 맥더넛의 경고를 되새기게 되는 상황이 결코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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