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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의사결정은 어쨌든 어려운 것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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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07 00:10 최종수정 : 2015-12-07 00:16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금융 의사결정은 어쨌든 어려운 것
영국에서도 금융 선택에 대한 불완전판매 해소책이 완전치 않아 논란

정부의 무상대면서비스는 만족하기 어렵고 자문서비스는 비용이 문제

지난 주「블랙 프라이데이」(“블프”) 때문에 떠들썩했습니다. 블프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로 올해는 미국시간으로 11월 27일이었습니다. 블프는 미국 최대의 세일기간으로 각종 쇼핑몰, 백화점 등에서 모든 재고를 다 털어내기 때문에 할인 폭이 매우 높아서 구매자들이 상점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블프를 모방해서 얼마 전에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코리아 블프”)를 추진했고, 최근 2차 코리아 블프가 진행 중입니다. 옛날에야 머나먼 미국 얘기라고 부러워만 했겠지만 「아마존」(Amazon)이라는 초대형 온라인 상점이 등장하면서 구매가 훨씬 편해져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블프에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듯합니다. 블프 만이 아니라 독일, 일본, 이태리 등 여러 나라의 사이트를 이용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위 “해외직구”도 매우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금년 기준으로 품목별로는 의류가 약 1/5이고 건강식품, 신발, 기타 식품, 화장품이 각각 10%가 넘는다는데 그래서인지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해외직구 거래금액은 2010년 2.7억 달러에서 2014년에는 15.4억 달러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 모 경제연구원은 2015년에 24억 달러, 2020년에는 207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블프 기간 동안 해외 직구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는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 웹브라우저의 번역기능을 이용하더라도 아마존이나 여타 사이트가 외국어로 되어 있어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우리나라로 배송을 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배송대행지」(소위 “배대지”)를 따로 챙겨야 합니다.

또한, 관세청에서 개인별로 「개인통관고유번호」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직구 경험자의 과반이 30대이고 50대 이상은 5.4%인 이유가 이런저런 복잡한 절차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물건을 선택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마존이나 여타 해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품목들의 종류가 국내보다 훨씬 많기도 하지만 블프 이전에는 가격이 비싸서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던 것들도 고려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마음에 둔 물건이 있더라도 다른 물건들이 할인이 되면 생각이 바뀔 수 있고, 특별히 마음에 둔 물건이 없다면 수많은 고려대상을 놓고 하나씩 따져보고 골라내야 하기에 어렵고 지루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산 물건들이라서 주변에 묻거나 참고할 사용기를 구하는 것조차도 녹록치 않을 테니까요.

구체적 모양과 형태가 있는 “물건” 중에서 고를 때도 이 정도니까 추상적 “서비스”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그 어려움은 훨씬 더 커지겠지요. 최근 영국에서 금융 선택의 확대와 관련해서 정부와 하원 간에 작은 논란이 있어 관심을 끕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노후를 위해서 돈을 적립하는 상품을 “pension”이라 부르고 연금으로 지불하는 상품을 “annuity”라고 하여 구분합니다. pension 만기가 되면 목돈을 받아 pension 거래를 했던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annuity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pension 적립액 중에서 25%는 세금 없이 인출이 가능하지만 전액을 인출하는 경우 55%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annuity를 구입하지 않고 적립된 pension 중에서 스스로 일정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약 3/4은 annuity를 구입한다고 합니다.

작년 3월에 영국 정부가 「확정기여형」(DC)형 pension에 가입한 55세 이상 가입자에게는 적립된 pension 중에서 전액을 인출하는 경우 55%의 세율 대신 더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도록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는 한도는 현행대로 25%입니다. 정책을 변경하는 이유는 “어렵게 모은 돈을 은퇴 기간 중에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겠다는 것입니다. annuity를 구입하는 관행이 크게 줄고 선택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영국 정부는 DC형 가입자들에게 무상 대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Pension Wise」를 신설하겠다는 보완책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 정책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서 올해 4월에 정식 발효가 되었고 「Pension Wise」도 이미 설립되었는데, 지난 10월 14일에 영국 하원에서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른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원 「Work and pensions committee」는 연금 활용 선택방법의 폭이 확대되었으나 정부가 발표한 보완책만으로는 pension 가입자들이 선택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재대로라면 불완전판매 스캔들이 야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경고합니다.

위원회는 「Pension Wise」의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매우 불충분하고 단 한 차례뿐인 45분짜리 대면 상담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보니 이용률이 아주 저조한데 관련 통계도 충분하지 않아서 대면 상담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최근 독립성이 대폭 강화된 독립투자자문업자(IFA)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지만 비용이 문제입니다. 「영국연금펀드협회」(NAPF)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43%만 유상 자문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고 200파운드(약 35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는데, 「영국전문금융자문업자협회」(APFA)는 자문업자와의 최초 상담비용을 600파운드 (약 106만원)에서 1,000파운드(약 176만원)로 제시했다며 pension 가입자의 상당수가 투자자문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비영리기관인 「Citizens Advice」가 보고서와 별도로 발표한 설문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7%가 유상 자문을 받겠다고 답변했지만 1,000파운드 이상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자는 2%인 반면에 독립투자자문업자(IFA)들은 61,000파운드(약 1억 7백만원)의 연금재원에 대한 자문료를 평균 1,490파운드(262만원)로 제시해서 격차가 상당합니다. 또한 위원회는 목돈 인출을 노리고 사기꾼이 활발하게 접근할 것이 예상됨에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고 이전의 관행이 pension 가입자들에게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작년 말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 구입한 annuity가 pension 거래를 했던 금융회사의 annuity보다 나았고 구입금액이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pension 거래를 하면서 고객이 해당 금융회사가 친숙해지고 금융회사 직원과 친해지면서 대개 별다른 고민없이 그 회사의 annuity를 구입하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금융회사에게 pension 고객은 “잡은 고기”였던 셈입니다. 그대로 두어도 문제이고 개선하려 해도 문제인, “진퇴양난”(進退兩難) 형국이지만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온라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er)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이 보고서에 제안되어 있으니 조만간 적절한 개선방안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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