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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개가(凱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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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16 00:58 최종수정 : 2015-11-16 02:19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또 한 번의 개가(凱歌)
사람 심리기반의 행태 경제학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경제모형의 실망 때문

금융감독에도 규제-탈규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행동경제학 도입이 필요해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프린스턴대학 디턴(Angus Deaton)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상 위원회 기록을 보면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총 47회 수상되었는데 프린스턴대학에 재직 중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는 1979년 수상자인 루이스(Arthur Lewis) 교수 이후 디턴 교수까지 여섯 명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에 경제학 교수가 아닌 학자도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수상자인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심리학 교수인데, 노벨상 위원회의 선정 이유는 “심리학 연구의 통찰력을 경제학에 접목해서 특히, 불확실성 하에서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기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심리에 이론적 기반을 두는 “행태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카너먼 교수 이후 크게 발전했음은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오바마 행정부에서 행태경제학의 이론을 정책에 반영했던 하버드대학 선스타인(Cass R. Sunstein) 교수는 행태경제학이 이제 주류라고 단언합니다.

학계에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실제 정책에서의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행태경제학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나라로는 우선 영국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10년부터 수상 직속으로 BIT(Behavioral Insights Team)를 설치해서 행태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했고, 2013년 4월에는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설립된 지 불과 열흘 만에 행태경제학을 금융 감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 후 FCA는 영국 금융소비자들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한 금융시장 현실을 적시하는 보고서를 여럿 발표하면서 행태경제학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행태경제학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과시했던 초대 수장 휘틀리(Martin Wheatley)가 영국 재무부와의 불화로 아쉽게도 9월에 중도 하차했지만 청장 직무대행인 맥더멋(Tracey McDermott)도 지난 10월 22일에 런던 시장 공관에서 행했던 연설에서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을 것이고 “규제 - 탈규제 - 반복”이라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 행태경제학이 금융 감독에서 중요하다고 재차 천명한 바 있어 감독방향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행태경제학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나라입니다. 이미 2006년에 행태경제학의 주장을 반영해서 퇴직연금 가입의 기본선택대안을 “자동가입”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가입의사를 표명해야 가입이 되었던 기존 방식을 뒤집어서 먼저 자동으로 가입되게 하고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탈퇴되도록 바꾼 것입니다.

그 후 퇴직연금 가입률은 약 두 배가 되었답니다. 하버드대학 선스타인 교수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보규제국」(OIRA)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정책에서 행태경제학을 활용하였음은 앞에서 설명했습니다. OIRA는 「1980년 서류감축법」에 따라 백악관에 설치된 조직인데 연방정부 기관이 미국 국민에게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서식을 작성하려면 OIRA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또한, 연방정부의 규제를 감독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답니다. 미국은 금융소비자의 실태 파악을 위한 정책 연구에도 관심을 두었습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2010년에 미국 의회는 금융시장과 월가 개혁을 목적으로 「도드 프랭크법」(Dodd-Frank)을 제정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 업무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설립과 함께 CFPB에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공시, 비용, 위험, 효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및 이해”와 “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행태”를 조사·분석해서 보고하는 부서의 설치를 명시하였습니다. 행태경제학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금융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이겠지요. CFPB는 2010년 7월에 설립된 이후 금융소비자의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여럿 발표해서 의회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영국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난 9월 15일에 결정판이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각 부처와 독립기관의 정책에 행태경제학을 반영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입니다. 3개 조문으로 구성된 행정명령의 제1조는 연방정부 부처 및 독립기관에게 행태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하라는 권고이고, 제2조는 연방정부 부처 및 독립기관이 행태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할 때 필요한 기준을 「사회 및 행태 과학팀」(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Team, SBST)이 행정명령 발동 후 45일 이내에 제공하고, 각 부처나 독립기관에 필요한 자문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라는 내용입니다. SBST는 영국의 BIT와 유사하게 2014년에 각계 전문가를 모아서 백악관에 설치한 조직이며 백악관의 과학기술 비서관이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SBST의 상위 기관인 「전미과학기술위원회」(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NSTC)가 2019년까지 매년 각 기관의 이행정도를 취합해서 발표하도록 하였는데 행정명령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함이겠지요. 마지막 제3조는 행정명령으로서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심리학 실험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던 반면에 「뉴욕타임스」는 행정명령에 대한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일부 보수 논객들이 정부가 과욕을 부린다고 비판하지만 영국에서는 보수당 정부가 BIT를 설치했고 노동당이 반대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정명령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긍정 반응인 것은 그간 행태경제학이 학계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얻었다는 반증이겠지요. 행정명령 직후 발표된 SBST의 연차보고서에는 SBST가 1년 동안 실시했던 17개의 시범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도 행정명령의 발동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론과 실험에서 얻은 증거와 실제 현실에 적용했던 시범연구의 결과에 근거한 결정이었다는 얘기지요.

물론, 미국과 영국에서 행태경제학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양국 금융시장 모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으면서 사람의 합리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 경제모형에 대한 회의가 강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행태경제학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행정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청정에너지 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잡고 교육의 기회를 얻고 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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