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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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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0-25 23:54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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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자의사결정을 교육으로 해결하려면 충동적 판단인 행동편향을 극복해야

금융·투자 상품의 선택은 독립된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

귀에 딱지가 앉을 판입니다. 노후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습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기대여명은 계속 늘어가는 반면에 저 출산으로 자녀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하기야 자녀들의 기대여명은 더욱 늘어날 테니 부모 세대를 부양할 여유가 더더욱 없게 되겠지요. 사회적인 부양 시스템도 아직 미흡합니다.

1955년에서 1963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부머 738만 명 중 올해 8월 기준으로 486만 명이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나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서 연금으로 받을 자격이 있는 숫자는 269만 명으로 베이비부머 중 36.5% 뿐이랍니다. 10명 중에 네 명도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수십 년 후의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금 쓸 수 있는 돈을 줄이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심리가 원래 그렇답니다. 미래의 소비보다 현재의 소비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

힘겹게 현재의 욕구를 참기로 하고 노후대비에 관심을 돌렸더니 실효성 있는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위험상품’에 투자를 해야 한답니다. 예금금리가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여기서 ‘위험’이란 통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기예금 이자율과 달리 수익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을 의미하지만 어감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약간은 꺼림칙한 마음으로 투자를 알아보게 되는데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지 고르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주식, 채권이야 어느 정도 알고 있다지만 펀드만 해도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지 못합니다. 알파벳 이니셜이 비슷한 ELS, ELD, ELF 또는 MMF, MMT, MMDA는 그게 그거 같이 보입니다. 상품설명서를 펼쳐 봐도 한 페이지 읽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눈이 아프고 머리도 무거워서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합니다. 이번에도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심리가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룬답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설명서를 다시 꺼내들고 대충 읽어 나가면서 아는 부분만 확인해 본 후에 그나마 자주 들어서 귀에 익은 펀드에 투자하기로 합니다. 어떤 펀드에 투자할까 찾아보니까 일반 투자자들이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만 3,000개가 넘는답니다. 3,000개면 하루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펀드 한 개에 10분씩만 알아본다고 해도 20일 이상 걸립니다. 몇 개 알아보다가 또 어떤 것들은 건너뛰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다른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립니다. ELS, ELD, ELS를 알아보다가 이번에도 문제에 부딪칩니다. 어느 정도 위험을 부담하면 좋은 것인지, 어떤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나중에 다시 알아봐야지 하고 미루게 되기 일쑤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심리가 원래 그렇답니다. 판단이 어려워지면 미루게 되는데 선택할 대상이 많으면 판단이 어려워진답니다.

노후대비가 중요하다는데 마냥 미루기만 할 수는 없어 다시 꺼내들었다가 다시 또 미루고 또 꺼내들고 다시 또 미루다가 좋은 수를 떠올립니다. 언론매체가 좋다고 소개하는 투자 상품을 알아보거나 주변에 나름 투자 전문가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 좋다는 것들만 알아봅니다. 상품의 범위가 축소되면서 알아야 하는 내용이 대폭 줄어들지만 유감스럽게도 판단이 어렵기는 대동소이합니다.

결국은 왜 좋은지 잘 모르지만 언론이 거짓을 보도할 리 없고 주변 사람이 속일 리 없다고 생각하며 그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아예 금융회사에 가서 판매직원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요즘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상품을 몇 개 늘어놓고 그 상품이 좋은 이유를 줄줄이 설명하는 판매직원을 보면, 요즘 같은 취업난에 대단하다 싶고, 카운터 위에 무슨 자격증도 놓여 있어 괜히 신뢰도 가면서 주눅도 듭니다. 남들도 많이 투자한다니까 만에 하나 결과가 예상과 달라도 혼자만 바보 되는 건 아니란 생각도 들어 그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번에도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심리가 원래 그렇답니다. 전문가처럼 여겨지는 사람의 권위에 잘 따르고, 잘 모를 때는 많은 사람들과 행동을 같이하게 된답니다.

이처럼 사람들을 그리 똑똑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게 만드는 심리 특성들을 “행동편향”(Behaviour Bias)이라 부르는데 심리학자들은 행동편향을 제거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감정보다 이성으로 결정해야 하는 투자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려운 것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세계은행도 2014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융의사결정이 충동적 판단, 감정, 유혹, 손실 혐오, 그리고 미루기에 영향을 빈번하게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투자결정에는 대개 미래의 수입, 현금(유동성) 필요량, 또는 이자율 등 미래에 대한 엄청난 불확실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 투자결정이 더욱 어렵게 되는 이유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실제로 금융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최근 수년 동안 밝혀졌다며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행동과학을 지지했습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교육 강화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분명히 인정해야 하겠지만 교육의 효율성을 감안하고 특히, 행동편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행동편향들은 일부나마 극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미래의 소비보다 현재의 소비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향은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특정일까지 아예 인출을 할 수 없는 예금상품들이 성황리에 팔리고 있답니다. 돛대에 자신을 묶은 오딧세이처럼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퇴직연금 401(k)처럼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강제 가입을 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난해한 전문용어들이 뒤엉킨 상품설명서야 극복하더라도 각자가 감수할 위험의 정도, 미래의 수입, 현금 필요량, 이자율 등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이르려면 금융교육을 얼마나 오래 시켜야 할지, 더 나아가 과연 그런 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합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도 있습니다. 금융교육은 노후대비의 필요성 등 직관적 내용을 각인시키기에 중점을 두고, 금융·투자 상품의 선택은 독립된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에도 포함되어 있는 “독립투자자문업자”입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만 금융교육만 받은 아마추어 금융전문가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진정한 금융전문가가 보다 객관적 판단을 할 것입니다. 국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은 직관적인 내용만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어 비용과 시간도 크게 줄어듭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기존 또는 잠재 금융전문가들은 스스로 전문성을 쌓기에 독립투자자문업자의 제도만 갖추고 감독하는 만큼의 규제비용으로 끝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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