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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금융상품 ‘도긴개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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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8-02 21:19 최종수정 : 2015-08-02 23:08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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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금융상품 ‘도긴개긴’
금융교육이 금융자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투자자 열 명 중 아홉은 다른 이 의견 듣고 선택

통계청은 올해의 우리나라 인구를 약 5천 1백만 명, 그중 10세 미만을 약 456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인구 100명 당 113명입니다. 10세 미만은 이동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인구 100명 당 124명, 즉 네 명당 한 명은 휴대전화를 두 대 이용하는 셈입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이동전화를 이용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통신회사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나봅니다.

우리나라 1위 이동통신회사가 8월 1일부터 요금제를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객들이 직관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101개 요금제를 64개로 줄이고 요금제 분류 기준도 휴대폰 유형(스마트폰/피처폰)과 고객 연령별 유형으로 단순화한다는 겁니다.

이에 질세라 2위 이동통신회사도 현재 113개에서 33개를 줄이겠답니다. 요금제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는 지적은 당연합니다. 백 개가 넘는 요금제를 하나하나 따져볼 시간을 내는 것부터 녹록치 않은 일이니까요. 다만, 그 정도 줄이면 되는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자주 인용되는 심리학 실험이 있습니다. 고급 슈퍼마켓에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6가지 잼을 비치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답니다. 다시 24가지 잼을 비치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24개의 잼을 비치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시식했던 잼의 수는 양쪽이 같았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6가지 잼에 모였던 사람들 중에서 30%가 잼을 구매했으나 24가지 잼에 모였던 사람들 중에서는 단 3%만 구매했다는 것입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마지막 수장이었던 터너(Adair Turner)는 이 실험을 언급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으면 흔히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두려워서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행태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의 “편향”(bias)이란 것입니다. 터너 위원장의 설명을 적용해 보면 요금제가 너무 많아서 이용자들이 아예 선택을 포기했을 수 있는데, 수십 개를 줄이더라도 64개나 80개 중에 선택하기는 여전히 어렵지 않을까요?

적합한 이동통신 요금제를 선택하기도 이리 어렵다면 적합한 투자 상품을 선택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나마 이동통신은 데이터, 문자, 음성통화 등 직관적인 항목으로 구성되고 매월마다 요금을 알 수 있지만, 투자 상품은 위험이니 예상수익이니 하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항목들뿐이고 대부분 1년 이상 지나야 실현 수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 종류와 수가 이동통신 요금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저희 재단이 2007년 이후 매년 실시하는 펀드투자자 서베이에서 일관되게 투자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금융회사에 가서 펀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남은 네 명은 펀드를 선택하고 금융회사를 방문한다지만 그 중에서도 80% 이상은 언론매체, 인터넷, 지인, 금융회사 홈페이지, 강연회 등을 통해서 펀드를 선택한다고 답변했으니 실제로는 투자자 열 명 중에 아홉 명 이상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주로 참고해서 선택한다는 말이지요. 터너 위원장의 설명을 적용하면 당연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전 세계 주요국 증권감독기관들의 협의체인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이사회 산하 「일반 투자자 담당 위원회」가 작년 7월에 「투자자교육과 금융이해력을 위한 전략 체계」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요청했을 때, 미국 「투자회사협회」(ICI)는 “퇴직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81%는 금융전문가를 통해서 투자”한다며 “금융교육이 금융자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전 세계 펀드산업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펀드산업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펀드를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영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터너 위원장이 영국 금융시장에서 목격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심리학 실험을 언급한 것이니까요.

영국에서는 2009년 7월에 터너 위원장이 이 실험을 언급하기 이전부터 이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4개월 전인 2009년 3월에 FSA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에 대한 보고서인 「Turner Review」를 발표했습니다. 4장으로 구성된 보고서의 첫 장은 금융위기를 통해서 과거의 중요한 추정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금융위기 이전에 금융시장 규제의 핵심 목표는 “효율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 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제거”였는데, 이 핵심 목표가 금융위기 이후에 이론 및 실증측면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비판의 중심 논거는 사람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편향이 있다는 행태경제학의 주장이지요. 영국이 편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더 이전입니다.

2007년에 FSA는 런던정경대(LSE)에 금융교육으로 편향을 제거할 수 있는지 검토를 의뢰했고, LSE는 부정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에 영국은 금융상품 개발에 감독을 강화하는 「상품개입」이나 금융회사 내부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치라는 등 행태경제학에 기반을 둔 정책을 내놓았고, 2013년 4월에 영국의 새로운 금융감독기관인 FCA는 금융 감독에 행태경제학을 반영하겠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업무를 개시하고 불과 열흘 만에 말이지요.

다시 이동통신 얘기입니다. 모 일간지에서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묘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동통신 요금명세서에는 한 달 동안의 이동통신 이용내역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즉, 이동통신회사들이 보유한 고객별 자료를 이용해서 고객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추천해 주라는 것입니다. 기자가 이 방법을 얘기했더니 3개 이동통신사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답니다. 가능은 하답니다.

다만, 적합하지 않은 요금제를 이용하며 필요 이상 요금을 내는 고객이 너무나 많아서 이동통신사가 포기하기에는 그 수익이 너무 크답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유긴 하지만 적이 실망스럽습니다. 소비자는 적합한 선택을 할 여건이 되지 않고 이동통신사들은 나 몰라라 하며 잇속만 챙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6월 25일에 정부는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를 내년 상반기 중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사전해소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규제완화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요금제가 비싸질 거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했겠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가 더 솔깃합니다. 이동통신시장이나 금융시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편향과 금융업자의 속성을 감안해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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