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여전채(여신전문금융사채) 발행실적은 17조3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1459억원)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캐피탈이 8조2459억원에서 11조7617억원으로 42.6% 늘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카드사도 4조9000억원에서 5조2700억원으로 7.6% 늘었다.
반면 여전사들의 ABS 발행실적은 3조5655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7060억원)대비 2조원 이상 급감했다. 캐피탈이 주로 발행하는 자동차할부채권 ABS는 52.9% 감소해 반 토막이 났으며 카드사의 신용카드매출채권 ABS도 69.8%나 급격히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여전사에서 상반기 중 신용등급 상승효과로 ABS 발행보다는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자금수요가 적어 ABS 발행 자체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인하가 몇 차례 이뤄지면서 채권시장의 발행여건이 좋아진데다 신용등급 상승, 매각이슈에서 벗어난 여전사들이 ABS보다 여전채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 하나캐피탈 등 은행계 캐피탈들이 자본확충과 모기업의 후원에 힘입어 신용도가 개선됐다”며 “아주캐피탈, KB캐피탈처럼 매각이슈에서 벗어난 업체들도 시장의 호응에 따라 여전채 발행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해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ABS 발행이 대폭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캐피탈의 ABS는 전년 동기대비 148.2%, 카드사는 355.5% 급증했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영업환경이 저하되면서 여전채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ABS가 대안으로 부각됐다”며 “ABS는 기초자산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어 조달비용 절감과 물량소화가 여전채에 비해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BS는 주로 1년 단위로 만기가 짧아 유동성리스크가 높은 조달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단기차입에 치중하게 되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져 수익성 악화는 물론 재무건전성도 취약해진다. 최근 여전사의 자금원이 채권(만기 3년 이상)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ABS보다는 여전채가 조달구조를 장기화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수단”이라며 “채권시장의 저금리 기조와 여전채 선호로 발행여건이 좋아지면서 이쪽으로 많이 옮겨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