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카슈랑스 룰 무력화 및 불완전 판매 증가 우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 패널들은 금융복합점포내 보험 입점을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점포에 보험이 들어가게 된다면 불완전판매 및 방카슈랑스 25%룰 규제가 무너지게 되는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는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방카슈랑스를 무력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금융복합점포는 4개 이상의 보험사와 대리점 계약 체결이 의무화, 이는 긍정적인 면 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보험사의 금융기관·점포망 독점 및 금융기간의 부당한 압력행사 방지 등을 위해 4개 이상 보험사와 대리점 계약을 추진한다고 밝힌 이유도 실효성이 없다”며 “결국 은행계열 보험사의 판매실적 거수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소비자, 영업인력,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금융복합점포 도입과 유사한 효과를 이미 경험하고 있다”며 “방카슈랑스와 유사하게 은행의 지점망을 활용하는 측면이 강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방카슈랑스 25% 룰 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일본에서도 금융복합점포가 존재한다”며 “그러나 일본은 방카슈랑스 룰 규제를 지키면서 보험업계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를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단,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논의가 일부 업권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금융복합점포를 통해 관련 규제 논의를 대체하려고 하는 것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불완전판매 증가 역시 우려한다. 금융복합점포는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 정보 공유를 통한 종합금융 자문서비스 등의 장점이 있다. 한 곳에서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 및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불완전·공정 판매 증가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 대표는 “입점 보험사 물량 몰아주기 등의 행태뿐 아니라 은행이 ‘대출 꺽기’ 등을 활용해 비정상 영업 행위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설계사 조직 붕괴 우려… 비은행계열 보험사 어려움도 가중
현재까지 보험산업의 성장을 이끈 설계사 조직의 위축도 금융복합점포에 보험 입점을 반대하는 이유다. 채널 위축뿐 아니라 1인당 판매소득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영업행위 발생뿐 아니라 설계사 채널 위축 및 1인당 판매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방카슈랑스 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방카슈랑스와 달리 신규로 설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은행계열 보험사의 판매조직 붕괴 역시 우려되는 점이다. 방카슈랑스와 달리 판매 제한이 없는 금융복합점포에 보험 입점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약한 이들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 대표도 “금융복합점포내 보험 입점 영업시 보험대리점을 포함한 설계사의 판매력 약화와 그로 인한 대량실업 초래가 우려된다”며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내에서도 관련 채널의 판매 점유율이 55%를 상회하고 있고, 그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합점포를 활용해 방카슈랑스 규제를 회피한다면 관련 채널을 활용한 보험 판매가 급증, 비은행계열 보험사의 설계사 채널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홍 박사 역시 “보험 판매채널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설계사, 대리점 등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전통적 보험 판매채널의 효율화와 함께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규모에 따른 영향력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이라며 “보험사 규모 및 모그룹의 특성상 시너지 차이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복합금융점포에 보험 입점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복합금융점포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며 사회적 합의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전제 돼야 한다”며 강도 높게 성토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합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한 방카슈랑스 룰의 유명무실화, 전국 40만 보험설계사들의 판매채널 붕괴 및 대량실업 유발, 1조원의 수수료 수입을 넘는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특혜 문제, 은행의 ‘꺽기’ 관행의 확산 가능성, 불완전판매율 증가 등의 부정적인 면이 우려된다”며 “금융위가 논란 속에 추진 중인 복합금융점포는 금융지주의 시너지 제고라는 명분하에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금융복합점포 추진은 보험시장의 전체 파이 중에서 한 쪽 부분을 떼서 다른 쪽에 몰아주는 정책이다”이라며 “금융당국은 국내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의 국제시장 실크로드 개척 등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안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금감원, 복합점포 도입에 대해서도 엇박자?
보험업계가 금융복합점포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이 일색인 가운데 정착 관할 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엇박자를 걷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복합점포 도입에 있어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라고 바라보는 반면, 금감원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성 창출을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금감원 업무보고서에는 금융복합점포에 대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문구가 명시돼있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보험과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복합점포를 바라보는 톤이 다른 것 같다”며 “금융위는 금감원과 복합점포 이슈와 관련, 깊이 있게 협의한 점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이 금융복합점포에 대한 내용을 업무보고서에 포함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향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에게 얘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