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평균거래대금 우상향, 코스닥시장 최고치 근접
지난 2일 KDB대우증권 광화문 지점.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담하려는 고객들로 창구 앞 대기석에 빈자리가 없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직장인 A씨는 “지점을 방문한 적은 거의 2년여 만에 처음”이라며 “휴먼증권계좌를 풀려고 왔는데,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지점 관계자는 “금리가 1%대로 낮아지며 ELS같은 중위험 중수익상품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라며 “전화보다 지점으로 직접 찾아와 관련상품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브로커리지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무엇보다 브로커리지의 흥망을 결정짓는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거래대금(유가증권시장 기준)은 5.05조원으로 지난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평균 3.99조원, 2014년 평균 4.05조원을 기록하며 4조원 안팎에 맴돌던 코스피 거래대금이 1월 4.41조원, 2월 4.52조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 3월 마의 5조원의 벽을 돌파한 것이다.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중인 코스닥의 거래대금도 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최대치(3.24조원, 2010년 1월)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 코스닥 통틀어 거래대금은 약 8조원대로 지난 2012년 2월 이후 최대치다. 이번 거래대금의 증가가 증권사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KDB대우, NH투자, 삼성, 한투, 미래에셋, 현대, 키움증권 등 커버리지 7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4분기 적자를 포함 2012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감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시거래대금이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기저효과가 작용한 지난해 2분기(+598.0%)를 시작으로 3분기(+345.9%), 4분기(흑자전환) 모두 고성장율을 달성했다. 최근 거래대금이 8조원대로 등극하며 올해 예상치도 1분기 +77.5%, 2분기 +133.0%로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점통폐합을 비롯한 희망퇴직 등 리테일 구조조정효과로 브로커리지 이익의 순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지난 2012년 1분기를 고점으로 증권업 종사자수는 최근 12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며 거래대금이 증가와 함께 업황이 저점을 확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앞으로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위원은 “일평균거래대금은 지난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판관비는 지난 3년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낮아졌다”라며 “똑같은 돈을 벌어도 이익이 더 커지는 구조로 이익의 질은 훨씬 더 좋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 KDB대우증권 시장점유율 확대 드라이브, ROE 깜짝 상승
KDB대우증권은 이번 거래대금증가에 최대수혜처로 꼽힌다. 업계의 구조조정바람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아 영업력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균형잡인 손익구조확보의 일환으로 ‘경쟁사가 따라올 수도 모방할 수도 없는 PB 하우스’전략을 통해 WM부문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며 브로커리지 약정점유율도 2014년초 4.9%에서 6%까지 껑충 뛰었다. 현재 대형증권사 가운데 MS 6%는 KDB대우증권이 유일하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증시거래대금과 M/S가 같은 방향으로 상승함에 따라 구조조정 없이 영업력을 유지했던 전략이 탑라인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거래대금증가를 모멘텀으로 주가가 급등한 증권주에 대해 박선호 연구위원은 “시장에서는 평균 ROE예상치를 연말 4% 중반에서 최근 6%로 올렸다”라며 “금융당국의 자본시장활성화 대책현실화, 외국인의 지속적 순매수, 개인투자자 비중확대 등 크게 보면 좋은 그림이나 최근 급등한 주가만큼 실적개선의 속도가 뒤따라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