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차기 신한은행장 자리가 조 내정자에게 돌아가면서 “조직 통합을 고려한 화합형 인사”였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금융계 안팎의 시각이 아직은 실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약 4년 반 전에 빚어졌던 이른바 ‘신한 사태’로부터 중립적 인물을 선임했다는 평가가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이것으로 지난 상처의 봉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거나 신임 행장이 구성원의 통합적 새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걸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 은행장 임무는 수익력 비롯 경쟁력 극대화
신임 행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직후 조 내정자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설정했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력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제시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에서 그룹 핵심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신한인’이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지점장과 글로벌부문 임원을 지낸 인사답게 글로벌 진출 확대에도 높은 관심을 표했다.
아울러 “경쟁은행들이 전열 정비에 열심”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신중한 면모도 내비쳤다. 실제로 내정 즉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경쟁력 강화에 게을리 하지 않을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마음가짐을 선포할 만큼 은행권 경쟁구도는 살벌하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산업 리딩뱅크 싸움은 완전한 우열 관계를 논하기에 아직 이른 상태다.
대형은행을 주력자회사로 둔 은행지주사 사이의 경쟁우위도 여전히 애매한 상황이다. 비록 은행지주사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재편된 이후 국내 금융계를 지배해왔던 담론이 비은행 부문과 해외사업부문 실적에서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긴 했지만 1등 은행 기반 없이 1등 금융그룹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일반적 인식이다.
당기순이익 면에서 다른 대형은행보다 앞서는 기록을 선보였지만 과거 국민은행이 확보했던 압도적 우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은행 이익의 근간인 순이자마진(NIM)이 평균을 밑돌고 지난해 BIS기준 자본비율 지표면에서 국민은행에 추월을 허용했다.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커도 낮아지고 자산 성장에 대응해 자본력 보강이 뒤따르지 못해도 낮아지는 자본적정성 지표다. 스스로 중형은행 위상으로 물러난 씨티은행을 뺀 자본적정성 선두자리를 내준 지표가 하필이면 외형과 영업동력의 균형과 견실함을 따지기 좋은 지표였기에 재탈환이 시급해 보인다. 이익창출력과 생산성을 크게 반등시킬 수 있는 경영수완을 발휘할 것으로 은행 안팎에선 기대가 높다.
조 내정자 리더십으로 리딩뱅크 경쟁에서 선두 타이틀을 더욱 늘리고 위상을 확고히 한다면 한동우 회장으로선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나 중장기 전략 강화에 전념할 수 있는 집중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 신한사태 그늘 행장인선으로 불식하기역부족
그런데 조용병 내정자가 행장 취임에 앞서 은행 경쟁력 극대화 전략구상에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과 달리 금융계 안팎에선 이번 인선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범람하면서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하반기 느닷없이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고발하면서 시작된 신한사태와 그 이후 겪었던 불행과 고통으로부터 중립적인 인물을 발탁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은행 안팎에서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조용병 행장 선임이 조직의 화합과 통합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선택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시중에서 가장 두텁게 돌고 있는 소식은 2파전으로 압축됐다가 막판에 조직통합을 선택하기 위해 조 내정자를 택했다는 설이지만 이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 핵심 경영진 인사는 적어도 두 곳의 사전 내락을 거쳐서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 하나는 재일교포 대주주 사회의 공감을 얻는 절차이고 또 하나는 당국의 검증에서 결격사유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막판 큰 결심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 내정자가 최선의 적임자라는 결론을 얻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그는 주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 선임되더라도 조 내정자는 은행 경영의 리더일 뿐 그룹 경영을 주도할 위상은 아니라는 점이 간과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사태 후유증 극복과 새롭게 미래지향적인 통합을 선언하려면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차원의 대통합 탕평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제기됐던 터였다.
이와 관련 3월 이후 중대한 분기점이 찾아 올 예정이다. 신한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대기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대법 판결에 따라 상응해서 관련 조치들을 추진될 예정이어서 신한사태 만 5년이 되기 전에 대통합 치유책이 실행될 가능성에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