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 TFT’에서 내놓은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안의 부문별 주요 추진안을 17일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TFT는 지난 11월 KB금융 출범 이후 유지된 지배구조 전반을 재점검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가동됐다.
◇ 고 김정태닫기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은 현직 CEO가 참여하는 ‘선양성 후승계’ CEO 승계 프로그램 마련이다. 기존 사외이사 중심의 승계 프로그램과 달리 현직 CEO와 지배구조위원회(가칭)가 주도해 후계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주주대표 등을 포함시켜 주주대표성을 확보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윤 회장이 발표한 선양성 후승계 CEO 승계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이미 10년 전 추진했다가 사퇴 이후 빛을 보지 못했던 후계 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부활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고 김 전 행장은 2004년 사외이사와 국내외 주주대표로 상설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명의 행장 후보를 물색하고 1~2년 이상 상시적으로 이들의 능력과 역량을 평가한 뒤 적임자를 최종적으로 선발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판 잭 웰치식 후계자 키우기라고 불리며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행추위가 검증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후보군 중에는 2004년 국민은행 부행장이었던 윤 회장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상설 행추위를 통해 후임자를 발굴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은 고 김 전 행장의 사퇴 이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윤 회장은 고 김 전 행장이 취임하며 삼고초려를 통해 국민은행에 영입했으며 자타공인 김정태의 사람이다. 또한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날리던 시절 김 전 행장과 함께 국민은행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KB금융이 발표한 선양성 후승계 CEO 승계 프로그램이 주목되는 이유다.
◇ 새 출발 의지 쇄신인사 단행할까?
윤 회장의 발전적 계승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KB사태와 관련된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 방향에 대해선 아직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인사 단행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현재 윤 회장은 내년 1월 정기 인사 전까지 인사는 없을 것이라 밝힌 상태다.
그러나 KB금융의 인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퇴진을 포함해 인적쇄신과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최근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금융당국의 칼날은 경영진을 향하며 외압 모양새로까지 비치는 형국이다.
우선적인 대상은 KB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임원들이다. 윤웅원 KB금융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 경징계, 정윤식 전략본부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이 오는 24일 열릴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진행될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여부를 두고 KB금융을 압박해온 만큼 그전까지 윤 회장이 새 출발 의지에 부합하는 쇄신인사를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정기인사는 오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 초에 발표가 날 예정”이라며 “인사와 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현재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이 발표한 내부통제 강화 추진안으로는 지주사의 계열사 내부통제 총괄기능 강화와 금융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CEO 승계 프로그램 마련 외에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 회계 등 전문직능을 포함한 분야별 사외이사 후보 풀을 구성하는 등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평가 프로세스 재구축이 있다. 또한 완전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두지 않거나 3인의 사외이사를 두는 등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자회사 이사회 운영을 개선해 그룹을 지주사 중심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일원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