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관투자자 역할강화, 가격제한폭 ±15%에서 ±30%로 확대
금융당국이 증시도약을 위해 회심의 카드를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증시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구조개선이 주요 내용인 주식시장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애초 10월에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부처 협의를 통해 규정을 미리 정비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번 방안은 크게 기관투자자 역할강화, 투자상품확대, 인프라제도효율화로 요약된다. 먼저 기관역할강화의 경우 연기금의 위험자산비중의 확대가 중심이다. 특히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우정사업본부(예금)자금의 주식투자허용 한도를 기존 10%에서 20%로 상향조정한 것이다. 예금수신고가 61.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투자여력은 지금보다 6조원이 늘어나게 된다.
또 은행은 자기자본 유가증권투자범위가 60%에서 100%로 확대되고, 보험은 건전성평가적용할 때 주식신용위험계수가 12%에서 8%로 축소되는 등 주식투자확대를 제도적으로 뒤받쳐줬다. 투자상품확대의 경우 미니선물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개인의 투기적 매매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올스톱됐던 미니선물은 적격개인투자자 제도의 정착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상장이 1~2년 이내에 허용된다. 또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관리의 세분화, 다양화차원에서 초장기국채, 배당지수, 위안화지수선물 등 신규파생상품도 상장키로 했다.
발표 전부터 투자자들의 시선이 고정됐던 가격제한폭확대도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중 코스피, 코스닥시장의 가격제한폭이 전일종가 대비 현행 ±15%에서 ±30% 수준으로 확대되며, 기초자산으로 현물시장과 직접 연계되는 개별 주식선물옵션도 그 확대비율만큼 상향조정된다. 금융위는 앞으로 가격과 가치의 비효율성, 불공정거래소지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제한제도를 완전폐지할 방침이다.
증권사 업무규제도 완화된다.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다. 업계자율결의로 그 비율을 60%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 자율결의가 완전히 폐지됐으며, 증권사의 여건에 따라 100% 신용공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밖에도 자기자본금 3조원 이상인 대형IB(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한해 외화신용공여업무를 허용했으며, 외화차입신고의무도 완화했다.
◇ 세제혜택 등 알맹이 제외, 증시활성화 역부족
“경직된 제도를 과감한 개선했다”는 금융위의 설명과 달리 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발표이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세제관련 내용이 모조리 빠졌기 때문이다. 발표일이 가까울수록 공모펀드주식거래,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 관련 증권거래세인하안이 포함될 것이 알려지면서 증시거래활성화에 대해 기대가 부풀었다.
이들 세제혜택관련 정책은 증시침체를 반등시킬 시행 1순위 항목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과 2013년 공모펀드, 우정사업본부 거래세부과 이후 시장전체의 차익거래규모는 기존대비 거의 1/10 토막이 났다. 코스피 2000p를 돌파해도 거래대금이 정체되는 등 증시의 저성장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브레이크역할을 할 모멘텀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주식투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세제혜택도 껴안은 것도 아니다. 자사주 매입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연기금의 배당요구 증대활성화, 배당주펀드에 대한 세제혜텍 등의 차선책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세제에 관한한 시장의 요구를 묵살한 반쪽짜리 증시발전대책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이번 주식시장 발전방안은 세금 탓에 정책모멘텀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주식시장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유인체계의 개선이 필요한데, 당국의 조치에는 이런 것들을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S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적극적인 대책으로 분류됐던 세제혜택이 없었다”라며 “애초에 거론되던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에 대한 인하 및 면제도 포함되지 않아 이번 정책으로 거래증가나 증시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대책에 포함된 내용도 당장 증시활성화라는 효과를 내기에는 힘이 붙인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한도 상향은 직접적인 수요확대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되나 실제 예금운용규모 가운데 주식비중은 현행한도의 절반 수준인 5%에 불과하다”라며 “주식비중확대가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당장 대폭적인 확대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책변화에 따른 신규수요창출에 대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기관이 주식비중을 확대하지 않는 이유는 주식투자한도제한 때문이 아니라 리스크를 꺼리는 보수적 운용에서 비롯돼 당장 주식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위 이현철 자본시장국장은 세제혜택제외논란에 대해 “지금 세법개정안은 다 끝났기 때문에 내년부터 바로 시행이 안될 것 같으면 세제혜택의 경우 좀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며 “세금과 관련해서는 거래세나 다른 조항들까지 합쳐서 기획재정부와 좀더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더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