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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도토리 키 재기 언제까지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6-01 21:57

KB 허울 뿐인 1위 신한 볼륨 열세 여전
바젤Ⅲ 날벼락 산은·농협 순위 급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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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도토리 키 재기 언제까지
‘더뱅커’지가 발표할 세계 1000대 은행 순위 발표가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만큼은 순위비교에 의미를 담기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지주회사 제도의 유리한 점을 최대한 활용해 덩치를 키우면서 총자산, 자본력 등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대표한다는 은행지주회사들이라지만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2013년 말부터 바젤Ⅲ 기준으로 자본적정성을 재기 시작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산은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등은 대폭적인 순위 추락이 예상되고 농협금융은 아예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지금 성적표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뼈가 저리는 실정이다. 금융계 내적으로는 성장동력 확보가 너무 더디고 금융정책 당국과 감독기구는 국민은행 전산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다툼에서 보여 주듯 지배구조의 심각성에 대해 별반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적 경쟁력 강화 원동력이 침체돼 있고 금융당국의 견인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 금융중진국 코리아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 KB·신한 순위 오른 60위권 쌍두마차

“사실 지금 대한민국 넘버 원(으뜸) 금융그룹이 누구냐고 물으면 정답이 없다고 봐야지 않느냐? 이쪽은 김 아무개가 1등이고 저쪽 보면 이 아무개가 1등인 격인데, 무엇보다 국제무대에 내놨을 때는 도토리 키재기로 비춰지기 딱 알맞은 실정이다.” 익명을 청한 한 대형 은행지주사 전직 임원이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내놓은 통렬한 지적의 소리다.

실제 어떤 정도일지 검토해 본 결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1000대 은행 순위에서 60위 권 안에 남는 것으로 체면치레 하나 싶었지만 전반적으론 추락 상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지주는 2012년말 기본자본(Tier1) 20조 5959억원에서 지난해 말 22조 6938억원으로 2조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 때 KB금융을 긴장 상태로 몰아 넣었던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를 대신해 이번에는 신한지주가 19조 1247억원에서 21조 5380억원으로 격차를 바짝 좁히면서 따라 붙었다.

이들 기본자본력 면에서 쌍두마차들은 원화 절상 덕까지 보면서 순위가 뛰어 오른 채 60위권 대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2012년 말 1070.60원에서 지난해 말 1055.40원 하락(원화 값 상승)했다. 같은 자본규모라도 2013년 기준이 더 커질 텐데 자본규모가 늘어났으니 순위 상승은 당연하다.

◇ 그래도 전반적으론 주르르 밀릴 듯

하지만 신한지주만 치고 올랐을 뿐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떠밀림은 대한민국 금융산업 경쟁력을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지주는 정책금융공사 분할과 지주 출범 이듬해인 2010년 19조원을 넘어 서고 2012년 말엔 20조원을 돌파했던 기본자본이 지난해 말 18조 700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2011년 19조 3848억원으로 기본자본 기준 대한민국 1등에 올랐던 금융그룹이 달러 환산 177억 1840만 달러 수준으로 처지면서 다른 나라 은행들의 상승을 감안하면 70위권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10년 반짝 1위에 올랐던 우리금융 또한 70위권은 유지하겠지만 올해 경남·광주은행을 분할한 데 이어 우리투자증권 매각이 끝나면 201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편입을 추진하면서 2011년 13조원이 안되던 기본자본을 2012년 16조 7808억원으로 늘리고 지난해엔 17조 690억원으로 늘린 덕에 70위권 진입을 넘보고 있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 금융그룹 순위 전반적 하락세 평가는 100위 안에 6개 올랐던 상황에서 5개로 재차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 결정타다. 산은지주의 후퇴와 우리금융의 감량은 그렇다 쳐도 농협금융 기본자본은 바젤Ⅲ 직격탄에 스러졌다. 2012년까지 예외적으로 바젤Ⅰ 기준 적용을 받았던 농협금융 기본자본은 16조 5536억원이었 90위권 대열의 정중앙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 달라진 기준 적응에 실패하면서 12조 8273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 규모는 증자여력이 없는 정부가 대주주인 탓에 자체이익에 기댄 채 12조 6935억원으로 늘려낸 기업은행과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 순위 상승~경쟁력 획기적 강화 둘 다 비관적

뜻있는 금융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금융그룹들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기를 기대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산업 모든 권역에서 이익창출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중대 진단을 내리고 개선하려고 했지만 수수료 인상 시비로 변질된 뒤 유야무야된 바 있다. 권혁세 원장 시절 금융감독원 경영지도에 따라 수수료 수준을 낮춘 결과 국내은행 수수료수익은 2011년 4조 9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4조 5000억원으로 줄었다. 4000억원 절감은 은행과 거래하는 대다수 국민들과 기업등의 부담 감소로 실익이 크게 희석되는 반면 은행 이익기반에는 금쪽 같은 가지 하나가 잘려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KB금융의 경우 2010년과 2011년 연거푸 국내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찾긴 했지만 이익창출력에서 크게 앞서는 신한지주로부터 추격가시권에 들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금융노조 한 핵심관계자는 “전산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갈등과정에서 드러난 KB금융과 국민은행 이사진 이나 경영진의 인식 수준이나 문제해결 방법 선택 등은 대한민국 1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민망해 보이는 수준”이라며 “거듭되는 관치 낙하산 경영진의 중구난방 경영실험 때문에 압도적이던 경쟁력을 상실했는데 그 권한 많던 사외이사들과 CEO들은 어디 갔느냐?”고 반문했다.

◇ 경쟁력 이 모양, 낙하산 경영진·당국은 어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낙하산 인사 반복 과정에서 공범이거나 방관자였던 금융당국과 감독당국이 제대로된 해법을 낼 수 없는 것 또한 감독기구의 구조적 문제와 잘못된 관행 탓이라는 지적이 금융계 안에서 조용히 설왕설래 하고 있다.

국내 무대에 편중된 은행지주사끼리 메가뱅크를 만들더라도 순위만 올라갈 뿐 근본적 의미는 없다는 학계전문가들의 비판의 소리가 반복돼 왔다. 또한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을 보좌하는 한 야당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업무계획과 미래 비전에는 속 시원한 경쟁력 강화방안이라고 공감을 얻을 만한 정책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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